대나무 예찬

 

우리 교회 마당 둘레에는 대나무가 많다. 바람이 세차가 불면 대나무에 부딪히는 바람소리는 폭포수처럼 시원하다.

 

사실 대나무는 사람들이 그렇게 선호하는 마당 식물이 아니다. 대나무를 키워 본 이들은 왜 그런지 알 것이다. 바로 대나무의 무지막지한 번식력 때문이다.

 

대나무는 마치 중세시대 유럽을 강타한 페스트처럼 순식간에 퍼지고, 징기스칸처럼 땅을 무섭게 정복한다. 게다가 대나무는 땅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뿌리를 그물처럼 펼치기 때문에 뿌리째 뽑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무엇보다 대나무는 놀라운 성장 속도를 지니고 있다. 대나무의 성장은 마치 스펀지 같다. 성장이라는 인자를 쭉쭉 빨아들여 하루 아침에 놀랍도록 자기 자신의 키를 늘려 놓는다.

 

우리는 흔히 대나무를 통해 군자의 기개를 말한다. 군자는 대나무처럼 곧아야 한다고 말이다. 대나무를 보면 왜 선조들이 대나무에 비유해서 군자의 곧은 기개를 빗대어 말하는지 알 것 같다.

 

곧다는 것은 단순히 다 성장한 대나무처럼 반듯하게 하늘로 쭉 뻗어 올라가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곧다는 것은 대나무처럼 뿌리를 깊게 내리고 웬만해서는 절대로 뽑히지 않을 중심을 지니고 있는 것이고, 자기 자신을 늘 성장시킬 줄 아는 것이며, 무엇보다, 세찬 바람을  맞닥뜨리더라도  시원하게  흘려  보낼  줄 아는 삶의 여유를 지니는 것이다.

 

뿌리내림, 성장, 여유, 이 세 가지가 이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가려는 군자의 덕()임을 대나무가 가르쳐 준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