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와 신앙2011. 9. 23. 06:56

양포지구(楊布之狗): 양포라는 사람의 개 / 겉이 달라졌다고 해서 속까지 달라진 걸로 알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


양주(
楊朱)의 아우 양포(楊布)가 아침에 나갈 때 흰옷을 입고 나갔었는데, 돌아올 때는 비가 오기 때문에 흰옷을 검정 옷으로 갈아입고 들어왔습니다그러자 집에 기르고 있는 개가 낯선 사람으로 알고 마구 짖어댔습니다. 양포가 화가 나서 지니고 있던 지팡이로 개를 때리려 하자 형 양주가 그것을 보고 양포를 이렇게 타일렀습니다.  "개를 탓하지 마라. 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일 너의 개가 조금 전에 희게 하고 나갔다가 까맣게 해 가지고 들어오면 너는 이상하게 생각지 않겠느냐?" –한비자(韓非子)

 

이 고사성어를 보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공생애 동안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고 다니셨습니다. 하나님 나라가 지금 여기에 임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적을 많이 행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이적 사건이 세상에서 초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기적과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초자연적인 사건은 그야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지만, 예수님의 이적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징표였습니다. 이적을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 품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렇게 이적을 베푸시면서 놀라운 능력과 힘 보여주셨던 예수님은 이상하게도 아무런 힘도 없이 초라하게 십자가에 매달리셨습니다.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매우 혼란스러워했습니다. 급기야 예수님을 조롱하기까지 했습니다. “남은 구원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구원할 수 없더냐!” “네가 진정 하나님의 아들이거든 그 십자가에서 당장 내려와 봐라!”

 

십자가 사건을 기점으로 예수님의 옷은 흰 옷에서 검은 옷으로 바뀌었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하나님 나라의 생명을 전파하는 흰옷이 벗겨지고,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검은 옷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절망과 실망에 사로잡혀 패닉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겉 모양이 달라졌다고 속 모양까지 달라진 것으로 착각한 것이죠.

 

우리 인간은 겉 모양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죄성입니다. 그래서 2천 년 전 사람들이 골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처럼 지금도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겉으로 보기에 하나님의 은총이 멈춘 것처럼 보인다고 하나님을 원망하고 절망 속에서 좌절해야 할까요? 아니면 예수 그리스도처럼 그 끝이 형편 없어 보이는 십자가일지라도 끝까지 하나님의 선하심과 의로우심과 신실하심을 믿고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 할까요? 무엇이 생명의 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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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