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특별연회 해법

 

시대는 정책을 낳고 정책은 개인들의 삶을 지배한다.”라는 말이 있다(자본주의, 가나출판사, 381). 지금 미주특별연회는 총회에서 얻은 자치법 마련 기회를 잘 활용하고 있는가? 정책을 낳아야 하는 시대에 도달했는데, 개인들의 삶(교회와 목회자)을 지배할 정책을 정의롭게 만들어 가고 있는가?

 

세계는 지금 고장난 자본주의를 어떻게 고쳐서 써야할까, 고민이 크다. 세계의 모든 경제학자들은 인류가 자본주의를 버려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정부도 아닌, 시장도 아닌, 자본주의를 이끌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중심에 국민이 있다. , 국민이 중심이 된 자본주의, 이른바, 복지자본주의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패할 자유가 없는 자유란 가치가 없다라고 마하트마 간디는 말했다. 복지란 미래 불안에 대한 일종의 보험이다. 복지자본주의란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하는 것이다. 실수의 가능성과 불운을 염두에 두고, 실패한 사람들이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사회가 복지자본주의이다.

 

실패하면 끝인 사회에서 창의가 나올 수 없으며, 창의가 나오지 못하면 사회는 결국 쇠퇴하게 되어 있다. 한국 사회를 말하기 전에, 다른 교단을 말하기 전에, 감리교단을 먼저 생각해 보자. 그리고 질문해 보자. 감리교회는 어떠한 복지를 가지고 있는가? 감리교회는 어떠한 사회안전망을 가지고 있는가? 감리교회는 실패한 목회자를 어떻게 끌어 안고 있는가? 감리교회는 젊은 목회자들이 실패를 생각하지 않고 창의적으로 목회할 수 있도록 어떻게 돕고 있는가?

 

이 문제를 미주특별연회로 좁혀서 생각해 보자. 기독교대한감리회 미주특별연회 소속 교회들은 거의 대부분 영세하다. 거의 대부분의 교회가 영세하다는 것은 거의 대부분의 목회자들의 삶이 어렵다는 뜻이다. 이중직을 가진 목회자가 허다하고, 목회자 사모가 목회를 돕지 못하고 생계를 위해 바깥에 나가 일 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 교회는 전쟁터일지 모르나, 이민교회는 지옥이다. 전쟁터에서는 이길 경우 전리품이라도 챙길 희망이 있지만, 지옥에는 어떠한 희망도 없다.

 

지옥과 같은 곳에서 목회하는 목회자들에게 희망이 되어야 할 미주특별연회 자치법은 과연 희망적인가? 미주연회 발전위가 상정한 미주특별연회 자치법안을 보면, 최대의 쟁점은 교구제와 감독선거법이다. 교구제는 그동안 연회 안에 존재해 왔던 갈등의 해법을 자처하며 연회를 태평양 교구와 대서양 교구로 둘로 나눠 총리사(가칭)’를 두어 치리 하는 법안이다. 감독선거법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법을 차용하여 선거인단을 구성해 감독을 간접적인 방법으로 선출한다는 법안이다.

 

지금 미주특별연회는 연회를 앞두고 이 법안들에 대하여 찬반의견이 뜨겁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뜨거운 논의는 법안 자체보다 법안 처리를 앞두고 연회회원권을 둘러싼 행정처리이다. 자치법안을 상정한 상황에서 자치법안 통과를 놓아두고 그 법안을 통과시킬 연회원 자격 문제가 가장 뜨거운 감자이다. 일단, 전년도 1231일까지 연회부담금과 본부부담금을 납부하지 않은 교회의 목회자와 평신도 대표에게는 회원권이 없다. 그리고 부담금을 납부하지 않은 교회의 목회자와 평신도 대표는 연회에 참석할 권리가 없으므로, 연회 회비 자체를 받지 않는다. 게다가 연회 회비는 당일 접수가 전혀 되지 않고 연회 이전에 지방회 회계를 통하여 일괄 접수된 것만 유효하다.

 

이렇게 해서 현재 이번 연회에서 연회원의 자격을 박탈 당한 회원의 수가 거의 절반이 된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이것은 정확하게 통계 낼 수 없는 부분이므로 잘못된 계산일 수 있다.). 이것 때문에 미주특별연회는 연회가 개최되기 전부터 여러 지방에서 성명서를 내는 등, 열기가 뜨겁다. 연회원의 상당수가 참여하지 못한 표결에서 결정된 정책이 얼마나 실제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의문을 갖는 것이다. 또다른 갈등이 발생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복지자본주의를 고민하고 있는 이 시대에, 감리교회는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가? 사회안전망을 확대하여 실패한 이들이 재기하고, 창의적인 인재들이 마음껏 세상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만들어 가는 이 시대에, 지옥 같은 곳에서 목회하는 목회자들을 돕기 위해 미주특별연회 자치법안은 무슨 정책을 담아내고 있는가?

 

인도 야무나 공원의 마하트마 간디 추모 공원에는 다음과 같은 ‘7가지 악덕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철학 없는 정치, 도덕 없는 경제, 노동 없는 부, 인격 없는 교육, 인간성 없는 과학, 윤리 없는 쾌락, 헌신 없는 종교.

 

연회는 종교가 아니라 정치이다. 연회의 정책은 종교가 아니라 정치이다. 자치법 마련을 앞두고 미주특별연회에 필요한 것은 헌신이 아니라, ‘철학이다. 철학 없는 정치는 나라를 망하게 하는 첫 번째 요소이다. 철학 없는 정치는 교회(교단)를 망하게 하는 첫번째 요소이다. 교구제와 감독 선거법이 쟁점인 미주특별연회 자치법안에는 어떠한 철학이 담겨 있는가? ‘철학은 없고, 혹시 예수님이 왕국을 세우면 예수님의 좌우편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했던 야고보와 요한처럼 자리에 대한 탐욕만 있는 것은 아닌가?

 

미주특별연회의 자치법은 지옥 같은 곳에서 목회하는 연회원들의 희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주는 자치법, 창의적인 목회를 도와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나가는 데 힘이 되어주는 자치법, 복지목회의 신학이 담긴, 일선 목회자가 중심인 자치법이 절실하다. 그러한 철학, 신학이 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제정되고 선포되는 미주특별연회의 자치법은 연회원들에게 더 큰 고통만 안겨주게 될 것이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