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 오디세이 II2024. 8. 15. 06:03

빌립보 교회의 탄생

 

사도행전 16장은 빌립보 교회의 탄생을 기록하고 있다. 빌립보 교회가 탄생하는 데는 세 가지의 사건이 연관되어 있다. 루디아와의 만남, 귀신 들린 여종을 해방시키는 사건, 그리고 감옥 사건이다. 교회가 탄생하는데 있어 드라마틱한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을 통해 교회는 탄생한다.

 

빌립보 교회가 탄생하는데 있어 처음으로 눈 여겨보아야 할 사건은 루디아(Lydia/리디아)와의 만남이다. 회당이 없던 빌립보에 도착한 바울 일행은 기도 처소를 찾으러 강가에 갔다가 루디아를 만난다. 루디아의 만남 사건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문구는 “주께서 그 마음을 열어”(행 16:14)이다. 주님께서 루디아의 마음을 열어 바울 일행이 전한 복음을 받아들이게 하시고 루디아의 집에 구원이 임하게 하신다.

 

사실, 모든 것이 그렇다. 주께서 마음을 열어 주시지 않으면 일이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주께서 마음을 열어 주셔서 한 사람이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고, 주께서 마음을 열어 주셔야 교회를 나오기도 하는 것이고, 주께서 마음을 열어 주셔서 교회에서 직분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주께서 마음을 열어” 주시기를 간구해야 한다. 마음이 열린 루디아를 통해 빌립보 교회는 시작된다.

 

두 번째 사건은 귀신 들린 여종의 해방 사건이다. 루디아를 만난 것도 기도 처소를 찾으러 가다가 인 것처럼, 귀신 들린 여종 해방 사건도 기도하는 곳에 가다가 발생한 일이다. 무슨 일이든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끝내는 것은 뭔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신비로운 사건이 발생하는 통로가 된다. 기도는 어떤 역사를 만들어 낸다. 점치는 귀신 들린 여종이라고 한국어로 번역된 말은 헬라어를 그대로 표현하면, ‘퓌톤의 영을 가진 어떤 여자 노예’라는 뜻이다. 퓌톤은 오비디우스 신화에서 대홍수 후 대지가 만들어낸 괴물(뱀)으로 묘사된다. 그가 거주하던 산의 이름이 퓌토인데, 그 이름을 따 퓌톤이라고 불린다. 퓌토는 델피의 옛지명이다.

 

델피는 아폴로 신전이 있던 곳이다. 퓌톤의 영을 가진 여자는 아폴로 신전의 여사제로서 미래를 예언하는 일을 했다. 자신의 운명이 궁금했던 사람들은 델피 신전에 가서 퓌톤의 영을 가진 여사제를 통해 미래를 예언 받았다. 그런데, 델피까지 가지 않아도, 그 일을 하는 여자 사제가 빌립보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여자 노예는 매우 유용했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이 여자 노예를 통해서 돈을 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여자 사제가 바울 일행을 가리켜 “이 사람들은 지극히 높은 하나님의 종으로서 구원의 길을 너희에게 전한다’고 외쳤다. 이 외침은 바울 일행을 곤경에 빠뜨렸고, 참다 못해 바울은 그 여자 사제 안에 있던 퓌톤의 영을 쫓아낸다. 이 일로 여자 사제(여자 노예)는 억압과 학대와 착취로부터 해방되지만, ‘주인들’은 그 여자 노예를 통해서 얻던 이익을 박탈 당하게 된다. 좋은 수입원을 잃은 ‘주인들’은 화가 나서 바울 일행을 그 도시의 고위관리들에게 고발한다.

 

여자 사제 해방 사건 때문에 바울 일행은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 죄목은 “이 사람들이 유대인인데 우리 성을 심히 요란하게 하여 로마 사람인 우리가 받지도 못하고 행하지도 못할 풍속을 전하다.”(행 16:20-21)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이들이 이곳 빌립보 도시에서 불법을 행하고 있다는 고발이었다. 바울과 실라는 꼼짝없이 감옥에 갇힌다. 그런데, 매를 받고 갇힌 그 감옥에서 바울과 실라는 기도와 찬송을 한다. 같은 감옥에 있던 죄수들은 바울과 실라의 행동에 감동한다. “한밤중에 바울과 실라가 기도하고 하나님을 찬송하매 죄수들이 듣더라”(행 16:25).

 

그들의 기도는 또 한번 신비한 사건이 발생하는 통로가 된다. 지진이 발생하여 감옥 구조물이 파괴되고 죄수들이 탈옥하기 용이한 상황이 발생한다. 감옥의 간수는 그 상황을 보고, 상부로부터 문책을 당해 처벌 받을 생각에 정신이 혼미해져 자결하려 든다. 그때, 바울은 크게 소리 질러, “우리 모두 여기 있으니 죽지 마시오!”하면서 간수를 위급한 상황에서 진정시킨다. 간수는 이러한 상황을 보고, 바울과 실라 앞에 엎드려 간청한다. “선생님들이여(퀴리오이/주님들이여),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받으리이까?”(행 16:30).

 

간수의 간청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한 가지는 우리가 흔히 아는 신앙으로서의 구원에 대한 영적인 의미이다. 다른 하나는 아주 실제적인 의미이다. 간수는 죄수들이 도망하였을 때 어떻게 법적인 처벌을 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걱정을 바울과 실라에게 쏟아 놓는다. 그리고 법적인 처벌을 면하려면 죄수들이 도망가지 않고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야 할텐데, 그 일을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받으리이까?”에는 이런 실제적인 요청이 담겨 있는 것이다.

 

바울과 실라는 간구의 간절한 요청에 응답한다. “주 예수를 믿으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은 간구의 요청에 적절한 구원을 가져다 줄 것이다. 예수를 믿는 영적인 구원과 더불어 아주 실제적인 구원을 가져다 줄 것이다. 바울과 실라는 자신들의 기도와 찬송 소리를 듣고 감동한 죄수들을 다독인다. 도망 가면 간수가 처벌 받을 것이라고. 죄수들은 바울과 실라의 말을 들었다. 그래서 죄수들은 탈옥하지 않고 자리를 지켜, 간수의 생명을 보존해 주었다.

 

이날, 간수가 받은 구원은 단순히 영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예수를 믿어 영적인 구원을 받았어도, 죄수들이 탈옥했다면 간수는 상부로부터의 처벌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간수는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다. 구원은 이렇게 관념적인 것이 아니다. 실제로 간수는 자칫 엄한 처벌을 받아 큰 화를 당할 뻔한 상황에서 구원 받았다. 그래서 간구의 기쁨은 아주 실제적인 것이었다.

 

바울은 감옥에서 풀려나면서 아주 성숙하게 대처한다. 빌립보의 고위관리들이 직접 와서 바울 일행에게 사과하고 풀어줄 것을 요구한다. 만약, 바울이 이렇게 하지 않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감옥을 나왔다면, 빌립보에서의 전도는 그냥 항간에 떠도는 소문처럼 불법적인 일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빌립보의 고위관리들이 직접 와서 사과하고 바울 일행을 풀어주었다는 것은 바울 일행의 행보가 불법적인 일이 아니며, 바울 일행의 활동을 생겨난 빌립보 교회는 불법적인 단체가 아니라 합법적인 보호를 받게 된 것이다. 빌립보 교회는 영적인 기쁨만 있었던 게 아니라 이렇게 실질적인 기쁨도 있었다. 그런 이유로 빌립보 교회는 바울의 평생 선교 사역의 가장 든든한 후원 교회가 되었던 것이다.

 

기도는 배신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기도를 통해서 하는 삶을 사는 것이 필요하다. 기도가 있는 곳에 성령의 역사가 있다. 반대로, 성령의 역사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기도가 있다. 기도하는 삶을 사는 것, 기도가 일구어 낼 역사와 뜻밖의 사건을 기대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특권이다. 또한 서로의 삶을 세워주고 풍요케 하는 것도 중요하다. 구원은 단순히 정신 승리나 영적인 기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구원은 아주 실제적인 기쁨을 우리에게 가져다 주신다. 주님이 주시는 기쁨은 관념적인 기쁨이 아니다. 아주 구체적이다. 기도하는 삶을 살면서 주님이 주시는 실제적인 기쁨을 경험하는 것, 이러한 삶 자체가 바로 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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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