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Look Up, 돈 룩 업, 진실을 보지 않으려는 자의 최후]

 

이 세상에는 진실을 말하는 자와 진실을 보지 않으려는 자(진실을 보지 못하는 자가 아니다),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진실을 말한다는 것은 언제나 힘겨운 일이다. 크나큰 용기가 필요하다. 진실을 말한 것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지탄 받아서가 아니라, 대개 진실은 고통을 수반하는데, 진실을 말한 사람은 고통을 피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통을 마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요셉은 바로 왕의 꿈을 해석하며 7년 가뭄과 7년 풍년에 대하여 진실을 말한다. 요셉이 다가올 세상에 대한 진실을 말했다고 해서 요셉이 7년 가뭄으로부터 그 자신만 살짝 비켜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도 고스란히 온몸으로 가뭄을 견뎌야 한다. 그러나 그는 진실을 말한다. 그리고 그 가뭄의 시기, 고통의 시기를 '함께' 경험하고 가로질러 간다.

 

최근 넷플릭스에 [Don't Look Up / 돈 룩 업]이란 영화가 개봉되었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천문학자와 그의 제자는 하늘의 별을 관찰하던 중 거대한 혜성(comet)이 지구를 향해 돌진해 오는 것을 발견한다. 그들은 그 진실을 알리고자 정부와 언론사를 접촉하지만 그들은 천문학자들이 발견한 혜성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그 이슈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익 만을 채우려 할 뿐이다.

 

영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아주 명확하게 보여준다. 진실을 말하려는 자와 진실을 보지 않으려고 하는 자들 간의 전쟁은 'Look Up' 운동과 'Don't Look Up'운동으로 번져, 진영 간의 극심한 갈등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인간 이성에 대한 과도한 신뢰와 이성의 꽃이라고 불리는 과학에 대한 비판이 도사리고 있다. 이성과 과학이 잘못이라는 뜻이 아니다. 현실을 왜곡하는 이성, 현실을 왜곡하는 과학이 잘못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너무도 쉽게, 무엇인가를 과도하게 신뢰하는 탓에 현실을, 아니 진실을 보지 못한다.

 

우리가 사는 시대에 진실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모든 것이 하나의 가치를 위해 도구화 되어버린 이 시대에, 진실이란 이익을 포장해 주는 포장지에 불과한 것일까? 우리는 이성의 시대,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이성과 과학이 '탐욕'이라는, '돈'이라는 가치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면, 이성과 과학의 힘은 진실을 감쪽같이 속이는 거대한 악이 될 수밖에 없다.

 

영화의 후반부는 마치 흩어진 진실의 조각들이 진실의 힘으로 자기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 같았다. 말할 수 없이 아름답고 생명력 넘치는 지구가 진실을 외면한 대가로 멸망이라는 끝에 다다르는 여정은 감추어져 있는 추함과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진실의 현미경 같았다.

 

지구로 돌진하고 있는 혜성을, 그 현실을, 그 진실을 쳐다볼 필요 없다고 외치는 'Don't Look Up' 진영과 그 진실을 알리려고 하는 'Look Up' 진영의 끝은 결국 같다. 다른 것이 있다면, 전자의 사람들을 그들의 마지막 삶을 가장 아름다운 시간으로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과 후자의 사람들은 그들의 마지막 살을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준비하고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마지막 만찬, 그 밥 한 끼, 그 마지막 웃음, 그 마지막 터치, 그 마지막 눈길, 그 마지막 숨소리, 그 마지막 말.

 

신자유주의 정치경제 체제는 인간의 삶을 종말로 몰아넣고 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민주주의 위기, 즉 인간성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고, 기후 위기, 즉 생존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인간은 지금 겉과 안이 동시에 타 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그 진실이 다가오는 혜성처럼 눈에 보였으면 좋겠는데, 그것이 잘 보이지 않을 게 안타까울 뿐이다.

 

영화에서처럼, 현실에서도 진실을 말하려는 자는 힘이 약하고, 진실을 보지 않으려는 자는 힘이 강하다. 'Look Up'의 외침보다 'Don't Look Up'의 외침 소리가 더 크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주 쉽게 더 큰 외침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노아의 방주 때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세상이다. 시간이 그렇게 흘렀어도, 세상은 그대로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늘을 올려다보며 진실과 마주할 것인가, 아니면 땅만 쳐다보며 눈 앞의 일만 생각하고 말 것인가. 우리의 삶은 이렇게 매 순간 진실을 앞에 두고 기로에 서게 되는 것 같다. 이 진실 앞에서 그리스도인지 아닌지 그러한 자기의 종교적 정체성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이라고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것도 아니고, 그리스도인이라고 땅만 쳐다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순간, 우리는 '인간'에 대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나는 인간인가? 인간으로서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마지막 만찬, 그 밥 한 끼, 그 마지막 웃음, 그 마지막 터치, 그 마지막 눈길, 그 마지막 숨소리, 그 마지막 말을 원한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성찰적으로 허무에 대하여 말한다. 결국 지구는 혜성과 충돌하고 멸망하고 만다. 바로 그때 힘 있는 'Don't Look Up' 진영의 몇몇 사람들이 우주선을 타고 멸망하는 지구를 탈출한다. 그들은 과학의 힘으로 목숨을 구하고 우주를 떠돌다 22,740년 후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에 착륙해 수면 상태에서 깨어나 바깥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영화는 생존자들이 그곳에 있던 타조처럼 생긴 동물들에게 잡아 먹히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진실을 보지 않으려는 자의 최후다.

Posted by 장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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