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와 신앙2011. 7. 27. 23:10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음


(
)나라는 중국 역사상 가장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나라였습니다. 당서(唐書) <구양순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당시 서예의 달인으로는 당초사대가(唐初四大家)로 꼽혔던 우세남(虞世南), 저수량(楮遂良), 유공권(柳公權), 구양순(歐陽詢) 등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서성(書聖) 왕희지(王羲之)의 서체를 배워 각자 독자적인 경지를 개척했습니다. 구양순의 엄정함, 우세남의 온화함, 저수량의 곱고 아름다움. 모두 서도(書道)의 지도자로서 손색이 없었습니다. 그 중에서 독특하고 힘찬 솔경체(率更體)를 이룬 구양순이 유명한데, 그는 글씨를 쓸 때 붓이나 종이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수량은 붓이나 먹이 좋지 않으면 글씨를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가 하루는 우세남에게 구양순 선생과 자신을 비교해달라고 하였더니, '구양순은 어떤 종이에 어떤 붓을 사용하여도 자기 마음대로 글씨를 쓴다고 한다. 자네는 아무래도 안될거야[吾聞詢不擇紙筆 皆得如志 君豈得此(오문순불택지필 개득여지 군기득차).'라고 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어 많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초점을 우리 하나님께 맞추어 보려고 합니다.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듯이, 하나님은 사람을 가리지 않습니다. 사람은 하나님의 붓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로봇처럼 마음대로 부린다는 의미에서 붓이 아니라, 우리는 그의 지으신 백성이라는 의미에서 붓입니다. 하나님은 붓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뜻을 위해서 사용하십니다. 글 잘 쓰는 사람이 좋은 글을 쓸 때 좋은 붓이 필요하지 않는 것처럼 하나님께서 당신의 위대한 일을 이루시기 위해서 좋은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금그릇이나 은그릇만이 하나님께 요긴하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질그릇 같은 우리들도 하나님께 귀하게 쓰이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흔히 하나님께 귀하게 쓰임 받기 위해서는 훌륭한 인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건 인간들의 조바심과 자기만족에 불과합니다. 쓰시는 분은 하나님이시지, 내가 쓰이고 싶다고 쓰임 받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있는 모습 그대로 하나님 앞에 나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님 쓰시기 편한 붓으로 나오는 게 중요합니다. 하나님께 맡기는 헌신이 중요합니다. 하나님은 붓을 가리지 않으십니다. 얼마나 은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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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