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와 신앙2012. 4. 19. 03:16

갈불음도천수(渴不飮盜泉水): 목이 말라도 '도천'(도둑의 ) 물은 마시지 않는다 / 아무리 가난해도 나쁜 짓으로 돈을 벌지는 않는다

 

도천(盜泉)은 산동성 동북쪽에 있는 샘입니다. ()나라 육사형(陸士衡) '아무리 목이 말라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겠네. 아무리 더워도 악목(惡木) 그늘에서 쉬지 않겠네'라고 고결한 선비의 정신을 읊었습니다. 한편 공자는 해가 질 무렵에 승모(勝母)라는 마을에 이르렀지만 어머니를 이긴다는 그 마을 명칭이 마음에 걸려 거기 묵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도천이란 샘을 지날 때도 목이 말랐지만 눈길 하나 주지 않았습니다. - '설원(說苑) 설총(說叢)' –

 

요즘은 이런 꼬장꼬장한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도둑의 물이면 어떻고 어머니를 이기는 마을이면 어떠하냐, 내 마른 목을 채우는 게 먼저고, 내 피곤한 몸을 쉬게 하는 게 중요하지, 이런 마음이 판을 칩니다. ‘모도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이 우세인 세상입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말이 승리의 깃발을 들고 있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형편의 세상에서 나 혼자만 잘난 척할 수 없습니다. 나 혼자만 의로운 척할 수 없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대충 넘어가야 맘 편하고 몸 편하게 살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나 혼자만 잘해서는 소용이 별로 없습니다. ‘세상이 어떠하든 나 혼자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은 참으로 어린 생각이요 더 나아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신학자 중 스탠리 하우어워즈라는 분이 있습니다. 그 분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삶의 방식을 바꾸고 싶다면 꾸준히 의지력을 기르는 것보다 올바른 개념을 확립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If we want to change our way of life, acquiring the right image is far more important than diligently exercising willpower.”

 

썩은 세상에서 나 혼자만 잘 하면 된다고 의지력을 기르는 것은 얼마 오래가지 못합니다. 올바른 개념을 확립하는 일, 즉 시대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스도인은 혼탁한 세상에서 나 혼자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에 젖은 독야청청한 인물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바꾸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흐름을 바꾸는 일은 절대로 혼자서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누구보다도 공동체를 소중하게 여깁니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몸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교회를 주신 겁니다. 한 몸을 이루어 함께 세상의 흐름을 바꾸어 가라고 말이죠.

 

그런데 요즘 교회는 한 몸을 이루어 세상의 흐름을 바꾸는 일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한 몸을 이루어 세상 속에 뛰어들어 광란의 파티를 즐기고 있는 듯 합니다. 앞다투어 수천억 원이 드는 건물을 짓는다든지, 안면몰수하고 담임목사직을 세습한다든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정치권과 결탁하여 여론몰이를 한다든지, 도둑의 샘에서 물을 마시고 어머니를 이기는 마을에서 잠을 청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이 허무하면서도 그리워지는 시대입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 16:24)”.

'고사성어와 신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이관지(一以貫之)  (1) 2012.05.26
망양지탄(望洋之歎)  (1) 2012.04.26
군자불기(君子不器)  (1) 2012.04.10
도남(圖南)  (1) 2012.03.29
이관규천(以管窺天)  (2) 2012.03.22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