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벽이든 낭떠러지든 앗질한 것이 앞에 있는 게 나아
그러면 눈을 감을 수 밖에 없거든
눈을 감으면 상상을 하든 기도를 하든
앗질한 것을 넘어서게 되거든
벽을 뚫고 지나가든 낭떠러지를 도약대 삼아 하늘을 날든 하거든
길을 가면서 눈 감을 일이 없다는 것은 불행한거야
눈을 감지 않으면 눈에 보이는 세계가 전부라고 착각하는 지루한 눈을 갖게 되거든
그것은 길을 끝까지 가보지 않았다는 불성실함을 보여주거든
길을 걷다가 앗질한 것을 만나거든 되돌아 갈 생각 말고 눈을 감아봐
눈을 감고 상상을 하든 기도를 해봐
앗질한 것 뒤에 있는 신세계가 어둠을 가르며 네게로 돌진해 오는 게 보일거야
눈을 감는 건 비겁한 게 아니라 최후의 수단인 거야
최후의 수단이 있는 한,
우리는,
길 걷는 걸,
멈출필요없는거야
* 앗질한은 아찔한의 의태어 (앗, 하고 놀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