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에 해당되는 글 146건

  1. 2022.04.25 세상의 모든 나무
  2. 2021.12.30 밤의 비
  3. 2021.12.29 틱틱틱
  4. 2021.10.22 마음
  5. 2021.05.25 놀이터
  6. 2020.03.13 안녕. 안녕. 안녕.
  7. 2020.02.24 들꽃 (1)
  8. 2020.02.10 백만개의 미소
  9. 2019.12.03 바이러스
  10. 2019.10.02 신발
  11. 2019.10.01 하품
  12. 2019.08.23 오후 2시의 햇살
  13. 2019.01.17 아무 날의 도시 (1)
  14. 2019.01.04 무소식 (1)
  15. 2018.12.14 파국 (1)
시(詩)2022. 4. 25. 20:23

세상의 모든 나무

 

아무것도 아닌 새가 된다는 것은

결국 더 이상 허공을 날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일

 

허공에 서 있는 전봇대에 부딪히는 게 무서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일

 

허공 자체가 공허하므로

공허를 뒤집어쓰는 것이

번개에 맞아 기절하는 것보다

아프다는 일

 

아프면 어때

 

허공에는 어둠이 없다

햇살이 없는 것보다 어둠이 없는 것을

상상하기는 힘든 일

 

해가 지지 않는 나라에서 사는 게

뉴스를 보지 않고 사는 것보다

지루한 일

 

허공을 가르는 바람만이

나무의 손끝을 건들 수 있다는 일

 

나에게 손짓하는 것은 오직

바람에 흔들리는 세상의 모든 나무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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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21. 12. 30. 12:24

밤의 비

 

밤의 비,

신의 축복인가

밤의 눈물인가

 

어둠을 틈탄다는 것

잠든 사람들의 숨소리와 호흡을 맞춘다는 것

밤에 눈 뜨고 있는 것들의 심장을 때린다는 것

 

빗소리,

땅의 신음인가

공기의 울림인가

 

적막을 부순다는 것

잠든 사람들의 숨소리와 춤춘다는 것

밤에 눈 뜨고 있는 것들의 영혼을 깨운다는 것

 

비와 밤과 소리

엉겨붙은

그러나 결코 섞이지 않는

너와 나와 신처럼

아주 고집 센

짙은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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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21. 12. 29. 14:40

틱틱틱

 

무언가를 중얼거리지 않으면 살 수 없는 한 사내

틱틱틱

이해할 수 없어 사람들은 자기 마음대로

혐오와 공포의 눈빛을 그의 등 뒤에 쏟아 놓는다

틱틱틱

휴머니즘적인 눈으로 바라보면

우주에서 가장 마음 아픈 속삭임

엄마 뱃속에서 처음 나왔을 때

이 세상 무엇보다 해맑았을 그의 표정을

무엇이 이토록 망가뜨렸을까

틱틱틱

아무리 중얼거려도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그의 간절한 호소

하늘에 계신 아버지는 듣고 계실까

틱틱틱

무수히 쏟아지는 공허한 중얼거림에

사람들은 애써 귀를 닫고

애써 눈을 피하며

그에게 친절을 베푸는 듯 길을 열어주지만

틱틱틱

하나님 보시기에

누가 어여쁜 자인지,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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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21. 10. 22. 18:50

마음

 

해가 질 무렵에는 마음을 웅크리게 돼요

지구가 거꾸로 돌았으면 좋겠어요

시간은 왜 앞으로만 가는 걸까요

끝장을 보고 싶은 걸까요

붉은 하늘이 검어질 때

동쪽에 뜨는 별은 기어코 뚫고 들어오는 시간 바깥의 눈물일까요

별 하나

별 둘

어둔 하늘에서

눈물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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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21. 5. 25. 13:47

놀이터

 

바람은 새들의 놀이터

사랑은 사람들의 놀이터

 

새들도

사람들도

잃어가는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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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20. 3. 13. 12:23

안녕. 안녕. 안녕.

 

우리는 만나고 있지만

실은 만나지 못하고 있어.

차가운 암흑이 짙게 깔려서 그런 게 아니라

오히려 찬란한 햇살에 눈이 부셔서야.

불태워보려고 아무리 애써 보지만

장작에 불이 붙지 않는 이유는

너와 나만이 가지고 있는 성냥이

발화되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야.

나는 눈을 뜬 채로 꿈을 꿔.

지붕을 뜯어내고 하늘로 올라가는 꿈.

거기엔 적막과 고립이 존재하는데

은하수랑 가까워서 그런지

오히려 푸르고 애잔하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태초부터 불가능한 일은

뼈 안 속으로 꽁꽁 숨어버린 것일까.

뼈가 아프다.

긁어보지만 살갗만 붓는다.

아무리 주물러보아도

시원해지지 않는 내 뼈들은

가능성의 세상을 그리워하며 말라가고 있어.

우리에게 구원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불가능 그 자체 일거야.

일곱개의 색깔로 구원을 표현할 수 있다면

우리의 구원은 무지개라는 이름을 차마 붙일 수 없는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불가능한 색깔일 테니까.

오늘부터 나는 너를 만나지 않으려고 해.

그게 내가 너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아.

우리 안녕은 세 번만 외치자.

그게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주문이라고 믿자.

안녕.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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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20. 2. 24. 13:51

들꽃

 

삼신 할매가 점지해 준 씨를 타고

예언의 계곡 넘어

바람보다 먼저 도착한 너는

 

푸르고 검은 하늘의 눈동자에

고양이의 그것보다 빛나는 열정을

아지랭이처럼 나른하게 박아 놓는다

 

무엇인가 너는

나무의 손끝을 떨게 만드는

오후의 무심한 시간보다

아득한 곳을 상상하게 만드는

 

무너져가는 담장 옆에 둥지를 틀고

이제 막 솟구치려하는 푸른 잎사귀보다

간절하게 생명을 갈구하는 너는

 

스핑크스가 오이디푸스에게 물었지

여기를 지나가고 싶냐고

그러면 수수께끼를 맞혀야 한다고

그렇게 너는 묻는다

 

나는 답을 모른다

답을 모르기에 꺾여야 하는 것은

너의 목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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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재

    저는 희락당의 시가 참 좋습니다. ^^

    2020.02.28 05:13 [ ADDR : EDIT/ DEL : REPLY ]

시(詩)2020. 2. 10. 10:19

백만개의 미소

 

백만개의 미소

탈출하지 못한 자의 절망

바람의 무심한 마음은

먼지에게 전이되어

땅바닥만 쓸쓸하게 만들고 있다

 

레드우드(Redwood)의 몸 가장 높은 곳에 난 손가락이

땅바닥의 존재들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이런 날은 흐리거나 비가 와 줘야 하는데

하늘이 너무 맑아

레드우드의 손가락이 만들어 내는 저주를 눈치 채는

땅바닥의 존재는 아무도 없다

 

해가 뜬지 세 시간이나 지났는데도

꺼질 줄 모르는 등불은

어제를 그리워하는 것인지

내일을 기다리는 것인지 모르게

쏟아지는 햇살을 비켜가고 있다

 

아이야,

손가락을 좀 치워주렴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저주는

저주가 아니라 웃음거리일 뿐이야

 

레드우드가 손가락을 치울 때

그 사이로 쏟아지는

백만개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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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9. 12. 3. 18:39

바이러스

 

한 사내가 들어왔다

밀쳐 내지 못해 얼굴이 빨개지고

받아들이지 못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난다

한 입 베어 먹은 병균의 세상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촌락이 많다

탐험가라면 마땅히 그곳을 동경하겠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존재가 그곳에 대하여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현상은 사회적이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는 것은

우리는 우리만의 세상에 갇혀 산다는 선언이다

내 안에 들어온 한 사내를 끝끝내 밀쳐내지 못하면

차라리 생명을 내려놓는 게 좋다는 현명함과

끝끝내 받아들이지 못하면

차라리 깊은 잠이나 자는 게 낫다고 투덜거리는 미련함이

교차한다

우리는 내가 누구인가를 확신할 수 없다

살갗 뒤에 숨겨진 또다른 세상이

무수한 별들처럼 솟아날 때

온 몸은 열기를 내뿜으며 전율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 안에 들어온 한 사내를 끌어안는다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그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사라질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몸을 진찰하도록 허락받은 의사의

최고의 낭만적인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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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9. 10. 2. 16:46

신발

 

아버지 돌아가신 날

아버지 신으시던 신발도

갈 길을 멈추고 방황했네

 

따라 나설 길이 없어

정지해 있던 신발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자취를 감췄네

 

이제 그 신발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

세상에 그렇게 많은 신발이 있어도

아버지가 없으니

아버지 신발은 한 켤레도 없네

 

평생을 따라 다니던 신발도 더 이상 따라 가지 못하는 곳에서

아버지는 무엇을 발에 걸치고 계실까

신발이 없으니

길을 나서지 못해

방황할 일도 더 이상 없는 것일까

 

, 신발을 신어보네

, 이렇게 찬란히 살아있네

가지런히 놓여 있는 신발을 신고 이렇게 길을 나서네

 

나를 따라 나서는 것은 신발 한 켤레뿐

신발이 없으면

방황도 못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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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9. 10. 1. 23:05

하품


손을 뻗쳐도 닿지 않는 광기가 있다

아침 공기가 차가워지면 더 멀어지는 광기가 있다

 

어젯밤 꿈자리는 어땠어?

아내가 묻는다

나는 하품을 한다

꿈 이야기만 나오면 나는 졸립다

 

숲길을 좀 걷고 싶었다

거기엔 검푸른 이끼가 사방으로 흩어져 있고

낙엽은 구석에 몰린 채 바람과 맞서고 있으며

새들의 무관심한 시선이 머무는 곳이다

 

같이 갈래?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는 하품을 한다

숲 얘기만 하면 아내는 졸립다

 

나는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손을 펴 손금을 보여준다

숲속의 길은 내 손금보다 단순해

길 잃을 염려는 안 해도 돼

 

아내는 내 손금을 빤히 들여다 본다

거짓말 하지마

아내는 웃으며 말한다

내 몸에 난 가장 단순한 길을 보여준 건데

웃음 밖에 안 나온다

 

아내의 눈을 쳐다본다

구멍 난 빛은 눈 속에서 떠날 기미가 없다

손을 다시 한 번 뻗어본다

손금 속에 있던 숲길이 미끄러져 나간다

 

하품 좀 그만해

아내의 잔소리가 없었다면

미끄러져 나가는 손금의 숲길 속에서

넘어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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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9. 8. 23. 14:35

오후 2시의 햇살

 

그림자도 그늘도

빛이 없으면 애초부터 생기지 않았을

어둠의 유물이다. 그러므로 그림자도 그늘도 그들의 존재에 책임이 없다.

 

동굴이 없었다면 애초부터 빛은 동굴에 머무르려 하지 않았을 것이고, 동굴은 그저 어둠만을 유일한 존재로 생각하며 그것에 매달려 살았을 것이다.

 

하늘이 지독하게 맑은 날,

나무는 그 맑은 하늘에 기어이 구멍을 내고

빛을 얼마큼 덜어내려 한다.

 

그것은 하늘에게도 나무에게도 상처다. 하늘은 나무에 가리고 나무는 그늘에 가린다. 하늘의 풍경이 갑자기 슬퍼지는 것은 드러난 것들 때문이 아니라 가려진 것들 때문이다.

 

공간을 채우는 것은 빛이 아니라 소리다. 소리는 빛을 통해 자기를 드러내고 빛은 소리를 통해 자기를 감춘다. 빛은 강렬하여 눈을 감게 만들고, 감은 눈은 귀에게 감각을 양보한다.

 

새들은 지금 속고 있는 것이다. 허공에는 빛도 없고 소리도 없는데, 그들은 빛 속을 가로지르며 소리를 내지른다. 그러나 그것을 들어주는 이들은 빛에도 속하지 않고 소리도 들을 수 없는

어둠의 유물들이다.

 

정확히 직각으로 꺾여 들어오는 오후 2시의 햇살은

빛도 소리도 만들어 내지 않는

연약한 우주의 추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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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9. 1. 17. 18:01

아무 날의 도시*

작은 새 한 마리가

공중에 벌러덩 누워 있다

그가 유령이라도 된다는 듯 

햇볕은 새의 그림자를 만들지 않고

유유히 땅에 떨어진다

지나가던 개가 유령이라도 본 듯

공중으로 고개를 쳐들고

멍멍 댄다 

, 저 캐새키 

자전거를 타고 그곳을 지나던 

잠옷 입은 아저씨가

성질 난 이방인처럼 욕을 해댄다 

화들짝 놀란 개주인이

눈을 껌뻑이며 욕이 울려 퍼지는

공중으로 고개를 돌린다

개주인의 눈에

공중의 새가 들어와 박힌다

개주인은 빙의 한 듯

날개 죽지를 펄럭인다

날개 죽지 사이로 

무시무시한 음절이 탄생한다 

.. .. 

싸이렌을 울리며 전속력으로 지나가는 

경찰차 덕분에

그날 탄생하지 못한 마지막 음절은

.. 익 대며 급하게 선

옆집에 사는 정신 나간 아줌마의

빨간색 승용차 바퀴 사이에 갇혀 있다 

* 신용묵의 시 제목에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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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재

    하하하하하하하 재미난 상황입니다. 유희 중 유희입니다.

    2019.01.19 06:12 [ ADDR : EDIT/ DEL : REPLY ]

시(詩)2019. 1. 4. 18:00

무소식

 

가로등이 인상파의 그림처럼

허공에 걸려 있다

찌그러진 파동이

헐거워진 공기를 뚫고

담벼락에 부딪친다

밤은 멀뚱멀뚱 구경만 할 뿐

빛의 속도로 달려가지 못한다

구원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달은 기울고

은 열려 있던 창문을 마저 닫는다

길어진 가로등은

땅바닥에 기대어 잠들 생각인가 보다

낯에 타다 남은 햇볕이

군데군데 스며 있을 뿐

아무 데서도 기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무소식이 구원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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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재

    어떤 풍경일지 여러번 읽으며 생각해봤습니다. 아마도 시인의 눈에 보여진 풍경이라 제 눈에 보이지는 않겠지요. 시인은 왜 이런 풍경 속에서 구원을 말하는 걸까요?

    2019.01.27 22:58 [ ADDR : EDIT/ DEL : REPLY ]

시(詩)2018. 12. 14. 12:03

파국

 

무슨 일이니

 

오른쪽은 하늘을 향해 왼쪽은 바닥을 향해

꺾어져야 한다

그리고 나서 앞을 향해 고꾸라지면 시간의 문은

뒤를 향해 열린다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앞이 안 보인다

 

이 세상에서는 안 통하는 상식이 하나 있다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사탄이 눈물샘에 타 놓은 독이다

 

무얼 하고 있어

 

하마터면 마실 뻔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마운 은인은

파국을 몰고 다니는 미치광이다

 

지나가는 미치광이가 말한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

 

귀를 다친 사람만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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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재

    어찌 귀를 다친 사람만 살아남을까요?

    2018.12.17 08:16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