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한 사내가 들어왔다
밀쳐 내지 못해 얼굴이 빨개지고
받아들이지 못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난다
한 입 베어 먹은 병균의 세상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촌락이 많다
탐험가라면 마땅히 그곳을 동경하겠으나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존재가 그곳에 대하여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현상은 사회적이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는 것은
우리는 우리만의 세상에 갇혀 산다는 선언이다
내 안에 들어온 한 사내를 끝끝내 밀쳐내지 못하면
차라리 생명을 내려놓는 게 좋다는 현명함과
끝끝내 받아들이지 못하면
차라리 깊은 잠이나 자는 게 낫다고 투덜거리는 미련함이
교차한다
우리는 내가 누구인가를 확신할 수 없다
살갗 뒤에 숨겨진 또다른 세상이
무수한 별들처럼 솟아날 때
온 몸은 열기를 내뿜으며 전율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 안에 들어온 한 사내를 끌어안는다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그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사라질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몸을 진찰하도록 허락받은 의사의
최고의 낭만적인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