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아버지 돌아가신 날
아버지 신으시던 신발도
갈 길을 멈추고 방황했네
따라 나설 길이 없어
정지해 있던 신발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자취를 감췄네
이제 그 신발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
세상에 그렇게 많은 신발이 있어도
아버지가 없으니
아버지 신발은 한 켤레도 없네
평생을 따라 다니던 신발도 더 이상 따라 가지 못하는 곳에서
아버지는 무엇을 발에 걸치고 계실까
신발이 없으니
길을 나서지 못해
방황할 일도 더 이상 없는 것일까
나, 신발을 신어보네
나, 이렇게 찬란히 살아있네
가지런히 놓여 있는 신발을 신고 이렇게 길을 나서네
나를 따라 나서는 것은 신발 한 켤레뿐
신발이 없으면
방황도 못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