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
손을 뻗쳐도 닿지 않는 광기가 있다
아침 공기가 차가워지면 더 멀어지는 광기가 있다
어젯밤 꿈자리는 어땠어?
아내가 묻는다
나는 하품을 한다
꿈 이야기만 나오면 나는 졸립다
숲길을 좀 걷고 싶었다
거기엔 검푸른 이끼가 사방으로 흩어져 있고
낙엽은 구석에 몰린 채 바람과 맞서고 있으며
새들의 무관심한 시선이 머무는 곳이다
같이 갈래?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는 하품을 한다
숲 얘기만 하면 아내는 졸립다
나는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손을 펴 손금을 보여준다
숲속의 길은 내 손금보다 단순해
길 잃을 염려는 안 해도 돼
아내는 내 손금을 빤히 들여다 본다
거짓말 하지마
아내는 웃으며 말한다
내 몸에 난 가장 단순한 길을 보여준 건데
웃음 밖에 안 나온다
아내의 눈을 쳐다본다
구멍 난 빛은 눈 속에서 떠날 기미가 없다
손을 다시 한 번 뻗어본다
손금 속에 있던 숲길이 미끄러져 나간다
하품 좀 그만해
아내의 잔소리가 없었다면
미끄러져 나가는 손금의 숲길 속에서
넘어질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