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9. 1. 18. 11:01

아무 날의 도시*

작은 새 한 마리가

공중에 벌러덩 누워 있다

그가 유령이라도 된다는 듯 

햇볕은 새의 그림자를 만들지 않고

유유히 땅에 떨어진다

지나가던 개가 유령이라도 본 듯

공중으로 고개를 쳐들고

멍멍 댄다 

, 저 캐새키 

자전거를 타고 그곳을 지나던 

잠옷 입은 아저씨가

성질 난 이방인처럼 욕을 해댄다 

화들짝 놀란 개주인이

눈을 껌뻑이며 욕이 울려 퍼지는

공중으로 고개를 돌린다

개주인의 눈에

공중의 새가 들어와 박힌다

개주인은 빙의 한 듯

날개 죽지를 펄럭인다

날개 죽지 사이로 

무시무시한 음절이 탄생한다 

.. .. 

싸이렌을 울리며 전속력으로 지나가는 

경찰차 덕분에

그날 탄생하지 못한 마지막 음절은

.. 익 대며 급하게 선

옆집에 사는 정신 나간 아줌마의

빨간색 승용차 바퀴 사이에 갇혀 있다 

* 신용묵의 시 제목에서 따옴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품  (0) 2019.10.02
오후 2시의 햇살  (0) 2019.08.24
무소식  (1) 2019.01.05
파국  (1) 2018.12.15
최후의 사람  (0) 2018.11.28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