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날의 도시*
작은 새 한 마리가
공중에 벌러덩 누워 있다
그가 유령이라도 된다는 듯
햇볕은 새의 그림자를 만들지 않고
유유히 땅에 떨어진다
지나가던 개가 유령이라도 본 듯
공중으로 고개를 쳐들고
멍멍 댄다
아, 저 캐새키
자전거를 타고 그곳을 지나던
잠옷 입은 아저씨가
성질 난 이방인처럼 욕을 해댄다
화들짝 놀란 개주인이
눈을 껌뻑이며 욕이 울려 퍼지는
공중으로 고개를 돌린다
개주인의 눈에
공중의 새가 들어와 박힌다
개주인은 빙의 한 듯
날개 죽지를 펄럭인다
날개 죽지 사이로
무시무시한 음절이 탄생한다
개.. 새..
싸이렌을 울리며 전속력으로 지나가는
경찰차 덕분에
그날 탄생하지 못한 마지막 음절은
끼.. 익 대며 급하게 선
옆집에 사는 정신 나간 아줌마의
빨간색 승용차 바퀴 사이에 갇혀 있다
* 신용묵의 시 제목에서 따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