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사람
모든 것을 다 가진
최초의 사람
모든 것을 다 잃은
최후의 사람
어느 쪽을 향해 달려가는가
이정표가 없어
무작정 달린다
심장에 기억된 방향이 없어
발걸음에 그림자만 가득하다
무턱대고 모래를 적시는 파도*처럼
무턱대고 시간을 적신다
숨쉬기 위해 바깥으로 뛰어나온
시간의 촉수를 움켜잡는다
적막, 고립, 정주, 그리고 투쟁
지루한 공기를 파헤치면
비로소 도착하게 될 허공
* 이원의 시 <호주머니칼>에서 빌려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