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의 독백
눈이 멀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나는 혼자서 움직여 본 적이 없어요
길을 걸었지만
그 길은 내게 늘 허공이었어요
끝이 안 보이면 어떡하죠
길 끝이 낭떠러지면 모른 척 떨어져야 하나요
나에게 가장 힘든 일은
발걸음을 떼는 일이에요
머리와 몸과 손바닥이
나만 바라봐요
눈이 멀면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는 듯 걸어가야 해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아무도 날 멈춰 세워주지 않으면 어떡하죠
안 아픈 척 절뚝거려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