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개의 미소
백만개의 미소
탈출하지 못한 자의 절망
바람의 무심한 마음은
먼지에게 전이되어
땅바닥만 쓸쓸하게 만들고 있다
레드우드(Redwood)의 몸 가장 높은 곳에 난 손가락이
땅바닥의 존재들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이런 날은 흐리거나 비가 와 줘야 하는데
하늘이 너무 맑아
레드우드의 손가락이 만들어 내는 저주를 눈치 채는
땅바닥의 존재는 아무도 없다
해가 뜬지 세 시간이나 지났는데도
꺼질 줄 모르는 등불은
어제를 그리워하는 것인지
내일을 기다리는 것인지 모르게
쏟아지는 햇살을 비켜가고 있다
아이야,
손가락을 좀 치워주렴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저주는
저주가 아니라 웃음거리일 뿐이야
레드우드가 손가락을 치울 때
그 사이로 쏟아지는
백만개의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