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누구를 믿는다는 건
목숨을 내놓는 일이야
그래서 믿음은 언제나
큰 상처를 남기지
세상에서 가장 큰 문제는
믿을 인간이 없다는 것이야
인간인 내가 인간을 못 믿는다는 사실만큼
슬픈 일이 세상엔 없지
인간들은 말이야
스스로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신이라는 것을 믿어
아주 기괴한 일이지
인간들이 신 앞에서 하는 일은
슬픈 심장을 꺼내 닦는 일이야
그게 얼마나 장엄한지
인간은 자기 눈물로 그 심장을 닦지
나는 말야 이런 꿈을 꾸곤 해
태어나지 않는 꿈
하늘을 날다 추락하는 꿈
이 꿈들은 말 못하는 간절한 소망 같지
내 눈 앞에 있는 너
인간의 형상을 입은 너
너에게 묻고 싶어
너를 정말 믿어도 될까
믿지 마, 믿어도 돼
믿지 마, 믿어도 돼
마치 파도처럼 출렁이는 너,
그리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