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24. 10. 12. 05:20

[믿음]

 

누구를 믿는다는 건

목숨을 내놓는 일이야

그래서 믿음은 언제나

큰 상처를 남기지

 

세상에서 가장 큰 문제는

믿을 인간이 없다는 것이야

인간인 내가 인간을 못 믿는다는 사실만큼

슬픈 일이 세상엔 없지

 

인간들은 말이야

스스로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신이라는 것을 믿어

아주 기괴한 일이지

 

인간들이 신 앞에서 하는 일은

슬픈 심장을 꺼내 닦는 일이야

그게 얼마나 장엄한지

인간은 자기 눈물로 그 심장을 닦지

 

나는 말야 이런 꿈을 꾸곤 해

태어나지 않는 꿈

하늘을 날다 추락하는 꿈

이 꿈들은 말 못하는 간절한 소망 같지

 

내 눈 앞에 있는 너

인간의 형상을 입은 너

너에게 묻고 싶다

너를 정말 믿어도 될까

 

믿지 마, 믿어도 돼

믿지 마, 믿어도 돼

마치 파도처럼 출렁이는 너,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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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