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22. 4. 25. 20:23

세상의 모든 나무

 

아무것도 아닌 새가 된다는 것은

결국 더 이상 허공을 날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일

 

허공에 서 있는 전봇대에 부딪히는 게 무서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일

 

허공 자체가 공허하므로

공허를 뒤집어쓰는 것이

번개에 맞아 기절하는 것보다

아프다는 일

 

아프면 어때

 

허공에는 어둠이 없다

햇살이 없는 것보다 어둠이 없는 것을

상상하기는 힘든 일

 

해가 지지 않는 나라에서 사는 게

뉴스를 보지 않고 사는 것보다

지루한 일

 

허공을 가르는 바람만이

나무의 손끝을 건들 수 있다는 일

 

나에게 손짓하는 것은 오직

바람에 흔들리는 세상의 모든 나무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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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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