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나무
아무것도 아닌 새가 된다는 것은
결국 더 이상 허공을 날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일
허공에 서 있는 전봇대에 부딪히는 게 무서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일
허공 자체가 공허하므로
공허를 뒤집어쓰는 것이
번개에 맞아 기절하는 것보다
아프다는 일
아프면 어때
허공에는 어둠이 없다
햇살이 없는 것보다 어둠이 없는 것을
상상하기는 힘든 일
해가 지지 않는 나라에서 사는 게
뉴스를 보지 않고 사는 것보다
지루한 일
허공을 가르는 바람만이
나무의 손끝을 건들 수 있다는 일
나에게 손짓하는 것은 오직
바람에 흔들리는 세상의 모든 나무들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