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나무
가지나무 삶은 물에 발 담그고 있으면
발에 든 겨울 동상 낫는다 하여
텃밭에서 가지나무 꺾어다가
냄비에 물 가득 붓고 삶는다
아들이 겨울마다 동상 때문에
고생하는 것이 안쓰러운 엄마는
가스 불 아끼지 않고
사골 우려내듯 가지나무를 삶는다
얼굴 비치는 스덴 대야에
한 가득 가지나무 삶은 물을 쏟아 붓고
엄마는 입술에 힘을 주며
무거운 대야를 들어 아들 발 밑에 내려놓는다
가지나무 또 삶고 있으니
걱정 말고 발 푹 담고 있으라고
한 삼십 분은 담그고 있어야 한다며
엄마는 아들을 의자에서 꼼짝 못하게 한다
가지나무 우려낸 물이 무슨 효험이 있는지
나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겨울마다 손발이 차가운 것은 엄마를 닮아서 그런 것
왜 하필 자기를 닮아 손발이 차가워 고생하냐며
뜨거운 물을 몇 번이나 대야에 실어 나르던 엄마
뜨거운 물이 우려낸 것은 가지나무가 아니라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
그 사랑 때문에 나는 손발이 차가워도
겨울을 따스하게 보냈다
손발이 차가워도
마음이 따스하면 겨울이 꼼짝 못하는 법
겨울 바람이 차가워 동상 들면
가지나무를 삶지 않아도
엄마를 떠올리면 손발이 저절로 따스해진다
엄마의 사랑은 마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