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된 국가]

 

근대국가(Modern State)는 신의 자리를 대신한다. 근대성은 자율의 영역을 확보하여 신 없이 인간이 스스로의 창조성을 통해 스스로 존재하는 '신 같은 존재'로의 고양을 추구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근대가 주조한 '주권'개념인데, 근대성이 인간에게 선사한 '주권'은 '절대주권'이다. 즉, 신(God)도 건들지 못하는 주권이다.

 

이 엄청난 파워(power)는 '사유재산(private property)'라는 개념으로 현실화된다. 눈에 보이는 사물(자연)을 소유할 수 있다는 생각, 그것도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으로 '사유'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근대성이 인간에게 가져다준 신적인 지위이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근대국가이다. 근대국가는 하나님의 신적인 힘, 또는 신 자체로서 개인이 자율적인 이성을 사용하여 자율적인 삶을 향유해 나가는데 있어 일종의 보증으로 작용한다. 그야말로 인간은 국가의 은혜를 통해 삶을 향유한다.

 

이제 현실에서 '국가'를 능가하는 '힘/권세'는 없다. 민족국가는 바로 이 지점에서 탄생한다. 한 민족이 동일하게 하나의 신을 섬기게 되는 것이다. 한 민족이 하나의 국가를 동일하게 섬기는 현상이 바로 민족국가이다. 근대성의 종교적 기능은 국가를 위해 생명을 바치는, '애국'에서 드러난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은 국가를 향한 종교적 순교이다. 신앙의 극단(마지막 끝)이 순교이듯이, 국가에 대한 신앙의 극단도 순교(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준 열사의 동상엔 이런 문구도 새겨지는 것이다. "위대한 인물은 반드시 조국을 위하여 생명의 피가 되어야 한다." 목숨을 바친 애국자는 이제 국가에서 성인으로 추앙을 받고, 그의 인격과 행위는 신성화된다. 하나의 윤리가 된다.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국가적 성인을 욕보이는 자가 있다면, 그는 국가에 의해 또는 그 국민에 의해 처형당한다.

 

신이 된 국가는 자신의 은총을 국민에게 베풀기 위하여 각종 사회적인 제도(교회와 같은 역할을 하는)를 세운다. 국민을 위험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하여 경찰과 군대 제도를 만들고,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하여 사법체제를 만든다. 교육시키기 위하여 학교제도를 만들고, 삶의 번영을 위하여 경제제도를 세운다. 특별히, 요즘 국가는 성례전적 은혜를 베풀기 위하여 '복지제도'를 세운다. 공공복지 제도는 보이지 않는 국가(신)의 보이는 은총(복지혜택)이다. 공무원 또는 사회복지사를 통해 성례전을 받는 국민은 기뻐하고, 은총을 베푼 국가에게 충성을 다짐하고, 국가를 위해 더 열심히 일한다.

 

근대성이 만들어낸 국가라는 신, 이제 우리는 이 신(God)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당연하게 생각하며(국가가 내면화된 상태),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세력이 있다면, 그 세력을 사탄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그 세력과 기꺼이 맞서 싸운다. 우리의 생명은 그렇게 소모되어 간다. 그러나, 국가라는 신이 우리에게 주는 구원은 결국 통증 없이 죽게 만들어주는 '진통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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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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