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이야기2019. 9. 2. 01:17

중학교 추억 소환

ㅡ 아들의 중학교 생활을 응원하며

 

아이들이 개학을 했다. 큰 아이는 7학년, 작은 아이는 5학년이 되었다. 우리가 사는 프리몬트(Fremont, CA) 지역은 7학년부터 중학교(Junior High)이다. 그래서 한국의 학교 제도와 얼추 같다. (하지만 2021, 작은 아이가 중학생이 될 때부터 제도가 바뀌어 6학년부터 중학생이 된다. 이미 다른 지역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우리가 사는 지역만 제도가 늦게 바뀌는 거다.)

 

나는 중학생 시절, 서초동에 있는 '영동중학교'를 다녔다. (지금은 학교가 이사하여 우면동에 있다. 그것도 우리 형 교회(벌떼교회)와 담벼락 하나 두고 붙어 있다. 학교가 교회 바로 옆에 있어 여러 편리한 점이 많은 것 같다.) 내가 다닐 때만 해도 영동중학교는 인근 중학교 중 가장 규모가 큰 학교였다. 한 학년에 1천명이 넘었다. 한 학년에 60여명씩 17, 18반이 있었다.

 

인근 지역에서 아이들이 엄청 많이 몰린 탓에 영동중학교에는 전국 1등부터 전국 꼴찌까지 다 있었다. 매우 좋은 학교였지만, 그 당시 우리는 영동중학교를 '똥통 중학교'라고 불렀다. 학교가 나빠서 그런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불렀다. 중학생 때는 ''자를 붙이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각 중학교 학생들은 자기 학교 외에는 모두 똥통학교라고 부르며 내심 경쟁을 했다. 그랬던 시절을 생각하면, 웃음만 나온다. 아들을 생각하면, 그때가 얼마나 어린 시절이었는지 상상되기 때문이다.

 

큰 아이가 오늘부터 다니는 학교의 이름은 'Thornton Junior High School'이다. 영어 발음은 '똔톤 중학교'이다. 그런데, 이 발음이 영 까다운게 아니다. 발음 연습을 잘 하지 않으면 영락없이 'Thornton' '똥통'으로 발음하게 된다. 나는 큰 아이의 학교 이름을 발음하다가 이 사실을 발견했다. 그래서 혼자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물론 집사람한테 이야기했다가 썰렁하다고 핀잔만 들었지만 말이다.

 

한국에서 중학교 시절을 보낸 아버지와 미국에서 중학교 시절을 보내고 있는 아들의 공통점은 별로 없다. 그런데, 부모 마음이 그런 것 같다. 어떻게서라도 공동점을 찾아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자 하는 것이 내리사랑인 것 같다. 마치, 김동인의 소설 <발가락이 닮았다>의 주인공 M이 보이는 태도와 같다. 어떻게라도 공통점을 찾아보려는 그 절박함 말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중학교 환경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 태평양이 있는 것처럼 멀지만, 그래도 아들 학교의 이름 덕분에 그 거리가 개울 하나 사이로 가까워진 기분이다. 나도 영동중학교, '똥통' 중학교를 다녔는데, 아들도 'Thornton', '똥통' 중학교를 다니게 된 것이다. 이 사실 때문에, 본의 아니게 아들 학교에 정이 간다.

 

아들의 중학교 생활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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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