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와 신앙2013. 1. 11. 01:48

해로동혈(偕老同穴): 살아서는 함께 늙고 죽어서는 같은 무덤에 묻힌다 / 생사를 같이 하는 부부의 사랑의 맹세

 

해로는 시경에 있는 '격고(擊鼓)'편의 시에 나오는 말로, 전선에 출전한 병사가 싸움터에서 방황하면서 고향에 두고 온 아내를 생각하며 멀리 떨어져 있음을 슬퍼하는 내용입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生死契闊 與子成說, 執子之手 與子偕老 (삶과 죽음과 헤어짐과 만남에 상관없이, 항상 함께 하자 언약하였지. 그대의 손을 잡고, 그대와 함께 늙겠노라). ‘동혈은 시경의 '대거(大車)' 편의 시에 나오는 말로, 초나라에 의해 멸망한 나라의 군주와 부인의 이야기입니다. 군주는 포로가 되고 부인은 초왕의 아내로 지목되어 궁으로 끌려갔습니다. 초왕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부인은 포로가 된 남편을 만나 '죽어도 이 몸을 타인에게 바칠 수 없다.'고 하고선 시를 짓고는 자결했고, 남편도 따라서 자결했다고 전해집니다. 다른 한 유래는 대부(大扶)가 수레를 타고 가는 것을 옛 애인이 보고 부른 노래에서 연유한 것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穀則異室 死則同穴 (살아서는 집이 다르나, 죽어서는 무덤을 같이 하리라.)  - 시경(詩經) –

 

마음이 훈훈합니다. 부부사이에 이러한 사랑을 나눌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겠습니까? 그러나 우리가 경험하는 이 세상에서 늙어 가는 일은 쉽지만, ‘함께늙어 가는 일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늙어감을 경시하는 사회풍조와 이혼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해로동혈이 그저 골동품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신앙과 인생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해 보지만, 사실 그것이 마음 먹은 대로 잘 되지 않습니다. 신앙은 신적인 영역이라 쉽지 않고, 인생은 복잡한 피조물의 영역이라 쉽지 않습니다. 사실상 신적인 영역과 피조물의 영역이 함께 어울린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모순이고 부조리입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신앙과 인생()을 일치시키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신앙이 부족해서, 의롭지 못해서가 아니라, 신앙과 인생()의 일치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신앙과 인생의 일치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신앙과 인생의 일치를 몸소 보여주신 분을 주님으로 고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땅에 사시면서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순종하시며 신앙과 인생이 어떻게 일치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셨습니다. 신앙과 인생이 일치되는 순간, 예수 그리스도에게는 부활이라는 또 다른 현실이 열렸습니다. 신앙과 인생을 일치시키는 삶 너머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신적인 영역, 즉 부활, 영원한 생명, 새창조의 삶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신 겁니다.

 

이 땅에서 해로동혈하지 못하고 살았다고 자책할 필요 없습니다. 이 세상에서 함께 늙어가고, 같은 무덤에 묻힌다는 것은 오히려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내려진 하나님의 특별한 선물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는 한 남자(한 여자)해로동혈하지 못했다고 하는 자책에 매이지 말고, 우리의 신앙의 대상인 예수 그리스도와 해로동혈에 힘쓰는 것이 보다 더 현실적인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실제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로 작정하고 세례 받는 의식을 통해서 해로동혈을 약속합니다. 세례는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죽어 예수 그리스도가 묻혔던 그곳에 묻혔다가 다시살아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살아나 이제부터는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한 생명을 살겠다고 인침 받는 것이 세례이니, 이것만큼 확실한 해로동혈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세례를 통한 예수 그리스도와의 해로동혈이 우리 육신의 부부사이의 해로동혈또한 가능하게 해 줄 것으로 믿습니다. 인생이 신앙을 이끌어 주는 것이 아니라, 신앙이 인생을 이끌어 줍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그리고 젊어서 한 몸이 된 배우자와 해로동혈하는 은혜를 누리는 복된 그리스도인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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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