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와 신앙2012. 12. 24. 05:36

양약고구(良藥苦口): 좋은 약은 입에 쓰다 / 바른 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유익한 것이다

 

()나라의 시황제가 죽자 천하는 크게 동요해서 많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군사를 일으켰는데 그 중에 유방(劉邦)과 항우(項羽)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방이 항우보다 앞서 진나라의 도읍 함양에 입성하게 되어 3세 황제 자영으로부터 항복을 받고 왕궁으로 들어갔습니다. 궁중에는 온갖 재보와 아름다운 궁녀들이 잔뜩 있었습니다. 유방은 마음이 동하여 그대로 궁중에 머물려고 했으나 장군 번쾌가 아직 천하가 통일되지 않았으니 다른 곳에 물러가 진을 치라고 충고했습니다. 하지만 유방이 듣지 않자 이번에는 장량이 간했습니다. “화려한 아방궁에 눈이 멀어서 진나라의 폭정을 본받으려 한다면 하나라의 걸왕이나 은나라의 주왕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고,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습니다. 번쾌의 충언을 들으시옵소서.” 이 말을 들은 유방은 불현듯 깨닫게 되어 왕궁을 물러나 패상(覇上)에 진을 쳤습니다. 이로인해 유방이 민심을 크게 얻게 됨은 물론입니다. - 사기(史記) 유후세가(留侯世家)

 

우리 인간에게 가장 유익한 말은 복음입니다. 바로 이 말입니다.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1:15). 이것이 얼마나 기쁘고 즐거운 소식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이 말 듣기를 거부합니다. 아마도 회개라는 말과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것에 대한 오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는 묵시사상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묵시사상에 의하면 종말이란 곧 세상의 멸망인데 이를 심판의 개념으로 받아들입니다.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것은 종말론적인 표현인데 사람들은 이것을 싫어합니다. 자신들이 심판 당할 것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기독교 종말론이 무엇인지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기독교 종말론은 묵시사상에서 말하는 그러한 심판 개념을 뛰어넘습니다.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것은 구원을 의미하지 심판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물론 심판의 의미가 담겨있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거기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지옥의 불과 같이 무시무시한 심판의 개념이 들어가 있지는 않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을 새롭게하시는 분이지, 지옥 불에 태워 고통 가운데 내버려 두시는 분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복음을 싫어한다는 예가 단적으로 들어난 것이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입니다. 예수님 당시의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하시며 하나님 나라 운동을 벌이신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습니다. 그 운동에 참여하고 그 운동을 통해 회개의 역사를 삶 가운데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아 죽였습니다. 이는 전적으로 사람들이 얼마나 하나님 나라에 적대적인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불의한 자들은 의로운 하나님 나라가 입에 쓰게 느껴지기 때문에 잔인하게 뱉어 버리고 맙니다. 이것이 이 세상이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죄악이고 추함입니다.

 

이 세상에 예수님께서 전하신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는 말보다 바른 말은 없습니다. 이것이 우리 인간 세상이 직면하고 있는 최고의 현실이요 진리입니다. 약이 입에 쓴 이유는 그 몸을 병()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복음이 귀에 거슬리는 이유는 존재를 불의()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예수님의 역설적인 이 말씀에 의해서 치유를 받을 수 있습니다. “건강한 자에게는 의사가 쓸 데 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 9:12).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복음은 불의 가운데 있는 우리 인간들에게 더 없이 기쁜 소식입니다. 그 나라의 임재 덕분에 우리는 이제 의로운 자로 거듭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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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