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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2014. 11. 30. 06:08

낙엽

 

낙엽이 굴러다닌다.

굴러다니는데 아무것도 필요 없다.

바람만 불어주면 된다.

낙엽은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바람은 '그냥' 분다.

그냥 부는 바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낙엽은 궁금해 하지도 않는다.

낙엽은 바람이 불 때

그 바람에 몸을 맡길 뿐이다.

낙엽이 굴러다닌다.

바람이 불면 구르고

바람이 안 불면 멈추어 선다.

낙엽은 그렇게 굴러다니다

바람처럼 사라진다.

그러고 보니,

바람은 낙엽의 환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낙엽은 바람으로 환생하여

낙엽을 자기가 있는 곳으로 데려가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만남은

저렇게도 서걱대는 것이었구나.

지금

내 눈 앞에서 낙엽을 굴려대는 바람,

어떤 시절을 살던 낙엽이었을까.

낙엽이 굴러다닌다.

바람이 분다.

서걱대는 것이 꼭,

에덴동산의 열매를

한 입,

베어먹을 때 나는 소리 같다.

,

아스라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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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

너 자신을 알라

 

교계의 상황을 보면, 개혁의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 이런 저런 활동들을 통해 개혁을 하려는 시도들이 엿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활동은 기득권자들을 향한 저항이 대부분이다. 참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항하는 자들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들도 결국 새로운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개혁의 대상을 향해 외치는 개혁의 주체들은 분명 또 하나의 기득권 세력으로 성장해 간다.

 

개혁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아비규환과 같은 상황에서 진정한 개혁이란, 내 생각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 흙탕물을 휘저으면 흙탕물은 계속 탁한 상태만 지속될 뿐이다. 흙탕물은 그냥 가만히 놔두는 게 최고다. 그러면 어느 정도 충분한 시간이 지난 뒤, 앙금이 가라앉고 투명한 물을 볼 수 있게 된다.

 

자연을 고치겠다고 휘저으면 자연은 더 망가지고 만다. 자연을 고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다. 사람 손이 타면, 무엇이든 망가지고 마니까.

 

교회 개혁을 위해 뭔가 해보려는 시도들은 참 칭찬할만 하지만, 결국 자신들의 그 시도들이 또다른 흙탕물을 생산해 내는 것은 아닌지, 성찰이 꼭 필요한 것 같다.

 

, 그런데, 무엇인가를 가만히 냅두기에는 인생이 너무 심심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심심하고 지루한 일상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무엇인가를 계속 하려고 드는 것 같다. 결국, 성자란 심심하고 지루한 일상을 잘 견디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 그냥 잠잠히 자기 자신이나 잘 달래며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개혁이 아닐까?

 

개혁의 대상과 개혁의 주체는 늘 교집합이다. 누가 누구를 개혁하랴. 그러니, 소크라테스의 이 문구를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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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