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한 번 바꾸어 보세요

 

우리에게는 기도에 대한 통념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보통 기도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무엇인가 필요하고 무엇인가 부족하고 무엇인가 원하는 것을 하나님께 아뢰어서 얻어내는 것.” 이러한 것도 기도에 포함되기는 합니다만, 기도를 이렇게만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존재를 가볍고 이기적이게 만들어 축소시키는 것입니다 기도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이 하는 기도의 내용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신앙의 깊이를 들여다볼 수도 있죠.

 

우리가 사는 시대는 자기 자신에게 몰두하게 하고, 하나님 나라는 마치 없는 것처럼 이 세상 나라의 일에만 몰두하게 만듭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 중에 ‘하나님 나라’에 대한 것은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는 하나님 나라가 마치 없는 것처럼, 하나님의 뜻이라는 것은 상상 속에나 존재하는 것처럼, 또는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처럼 생각을 합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사는 시대는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을 만들고, 이 땅의 일에만 관심을 가지도록 만들어, 편협하고 이기적인 사람, 그러한 인격을 가진 사람을 만듭니다. 모두 ‘나, 나, 나’ 밖에 없는 세상은 서로가 서로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다툼과 미움과 폭력과 범죄는 하나님 나라가 없는 것처럼 여기는 자들, 하나님의 뜻을 왜곡하는 자들이 벌이는 일들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이러한 세상에 저항하는 법은 어떤 것일까요? 기도를 바꾸면 됩니다. 우리를 편협하게 만들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기도, 즉 내가 원하고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 기도를 하는 것보다 차라리 주기도문(the Lord’s prayer)으로만 기도를 드리는 게 낫습니다. 주기도문을 통해 주님께서는 우리가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 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자신의 기도를 한 번 들여다보세요. 우리는 기도할 때 무엇을 위해서 기도합니까? 우리는 그것을 주기도문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의 기도에는 ‘하나님의 이름,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뜻’을 위한 기도가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이것을 위해서 기도하고 묵상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에 참여하는 자(partakers)가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리가 기도를 통하여 하나님 나라에 ‘참여’하는 자가 되면, 우리의 삶은 새로운 가치를 반영하기 시작합니다. 기도할 때 우리의 관심사를 바꾸면 우리 삶의 가치와 방식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하나님의 이름과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뜻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결코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헤치거나 나쁜 일을 하지 않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알게 되는 것이 있죠. 내가 바라고 원하는 그것을 내가 가지게 됐을 때, 그것이 나의 삶을 좋은 삶(good life)으로 만들지, 나쁜 삶(bad life)으로 만들지 알 수 없습니다. 돈이 100만불 필요해서 그것을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는데, 그래서 하나님께서 100만불을 나에게 주셨는데, 그 100만불이 나의 삶을 좋은 삶으로 만들어줄지, 나쁜 삶으로 만들어줄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내가 간절히 소망했던 바로 그것이 우리의 삶을 망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에게 없는 것, 가지지 못한 것을 탐내거나 아쉬워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것, 나에게 필요한 것을 위해서 ‘먼저’ 기도하기 보다, 하나님의 이름,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뜻을 간구하는 기도를 먼저 드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하나님 나라에 참여하는 인생을 살면, 그 자체가 좋은 삶(good life)입니다. 좋은 삶, 선한 삶(good life)이란 공동체를 섬기는 것이지, 이런저런 개인의 자아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참여’하는 삶만큼 좋은 삶은 없습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기본적으로 구원이니까요.

 

기도를 한 번 바꾸어 보세요. 무엇보다 주기도문을 ‘의식적으로’ 외워보세요.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가 그러하듯이, 기도할 때, 하나님의 이름,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뜻을 간구하는 기도를 반드시 먼저 드려보세요. 그런 다음에, 자신이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을 주님께 간구해 보세요. 아마도, 하나님의 이름,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뜻을 먼저 간구했을 때, 자신이 원하는 것, 필요한 것이, 그렇지 않았을 때와 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하나님의 이름,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뜻을 생각하지 않았을 때는 “주님 100만불을 주세요!”라고 기도했지만, 하나님의 이름,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뜻을 생각하고 난 뒤, 나의 기도는 “주님, 어제 뉴스에서 본 그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평화를 내려주세요.”라고 바뀔 것입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를 모범삼아 기도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인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이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a follower of Christ)이라는 뜻인데, 이것은 그냥 그리스도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닌다는 뜻이 아니라 이렇게 기도하는 법까지 따라서 할 정도로 총제적으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아무렇게나 하는 기도는 그리스도인의 기도가 될 수 없겠죠. 그리스도를 따라서 기도하는 자의 기도만이 기도가 될 수 있는 법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 삶이 좋은 삶(good life)일까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드는 세상입니다. 또한 저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이라고 우리에게 손짓합니다. 그 손짓이 너무 많아서 어느 손짓을 따라 가야할 지 막막한 세상입니다. 그렇다 보니, 좋은 삶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냥 ‘될 대로 되는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러한 세상에서 우리가 길을 잃지 않으려면, 히브리서의 기자가 힘주어 말하고 있듯이,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힘써 바라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것을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가장 좋은 삶(good life)은 하나님 나라의 참여자(partaker)가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를 따라, 하나님의 이름, 하나님의 나라, 하나님의 뜻을 위해 기도하는 것 자체가 하나님 나라의 참여자가 되는 것입니다. 기도를 바꾸면 삶이 바뀝니다. 그러니 기도를 한 번 바꾸어 보세요.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