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똥
ㅡ 달팽이 똥을 본 적이 없는 少年에게
한 십 년쯤 후에나 이야기를 나누자
강산이 한 번쯤은 변해야 너의 뒤통수가 간지러울 것이다
네 내장이 한 번쯤은 뒤집어져야
파란 하늘이 사실은 노오란 색이었다는 것이 보일 것이다
한 십 년쯤 후에나
너는 바람이 훔쳐간 너의 영혼을 도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 십 년쯤 후에나
시간은 123456789101112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네 내장이 뒤틀린 만큼이나
굴절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나만 신신당부 하자
네 몸뚱이를
살살 꾀어내는 아지랑이에게 내어주지 말아라
한 십 년쯤 후에나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식곤증처럼 나른한 것이 아니라
네 내장이 쥐어짜낸
노오란꽃을 먹은
달팽이 똥 같은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