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돼먹은 추노꾼들의 세상
“언년아~” 추노꾼, 대길이의 음성이 쩌렁쩌렁 들린다. “가슴을 데인 것처럼 눈물에 베인 것처럼 지워지지 않는 상처들이 괴롭다”, 주제곡이 흐른다. 추노꾼 이야기. 조선시대 이야기가 아니다. 21세기, 2025년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다.
미국에서 ‘불법 체류자들’은 도망친 노예 취급 당한다. 그들은 추노꾼에게 잡혀 온갖 모욕을 당하고 송환 당해야 하는 노예일 뿐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불법 체류자들을 추방하기 위한 ‘앱’(CBP Home)까지 생겼다. 테크놀러지를 탑재한 추노꾼 같다. 이 ‘앱’은 불법 체류자들이 자발적으로 미국 땅을 떠날 것을 압박한다.
일론 머스크는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사회복지기금을 사용해서 불법 체류자들을 끌어 모으고, 그들을 유권자로 만들어 표를 얻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복지기금을 삭감하면 불법 체류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잘못된 방식으로 지지층을 끌어 모으는 민주당을 견제할 수 있다고 했다. 한 마디로 개소리(bullshit)다.
정복, 약탈, 학살. 미국의 역사는 이 어두운 단어와 분리될 수 없다. 이것은 형태와 방법만 바뀌었지, 미국 사회에서 계속 반복되고 있는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이다. 최근 출간된 책 <팔로알토, 자본주의 그림자>에서 저자는 자본주의의 심장이라 불리는 ‘실리콘밸리’가 어떻게 정복, 약탈, 학살의 그림자를 지니고 있는지 파헤친다.
팔로알토에는 스탠포드 대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팔로알토를 중심으로, 구글(마운틴 뷰), 메타(멘로 파크), 애플(쿠퍼티노) 등, 굴지의 IT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실리콘벨리 중에서도 팔로알토는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실리콘밸리가 원래 공기 좋은 곳이지만, 그 중에서도 팔로알토의 공기는 남다르다.
<팔로알토, 자본주의 그림자>는 블링블링한 팔로알토의 민낯을 낱낱이 까발린다. 팔로알토에서도 미국의 ‘정복, 약탈, 학살’ 역사가 반복된다. 1850년 캘리포니아에 불어온 골드러시 당시 팔로알토에 당도한 백인들은 그곳의 원주민들(인디안)을 정복하고, 그들을 약탈하고 학살한다. 이러한 그림자는 실리콘밸리의 기업 문화에 깊이 배어 있다. ‘정복, 약탈, 학살’. 즉, 극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하여 효율성의 극대화가 필요하고, 거기에 맞지 않는 존재는 가차 없이 퇴출시키는 것이다. 현대판 우생학이다.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와 실리콘밸리의 아이콘 ‘일론 머스크’는 정확하게 미국의,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정복, 약탈, 학살’의 역사적 맥락에 서 있다. 이들의 사고 방식은 철저하게 ‘제국주의’적이다. 이들은 현대판 우생학의 자식들이다. 이들에게 정의(justice)는 힘 센 자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나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들의 행보를 서포트 하는 세력이 미국의 복음주의자들이다.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성경은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로 가득 차 있는데, 제국주의를 관철시키려는 트럼프와 머스크를 지지하는 복음주의자들은 아무래도 ‘다른’ 성경책을 읽는 게 분명해 보인다.
윤oo이 구치소에서 풀려나면서 이런 말을 했다. “구치소에서 성경을 많이 읽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으로 김치찌개를 먹었다 한다. 이러면 안 되는데, 미국과 한국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보면서, 성경(그들의 성경)도 싫어졌고, 김치찌개도 싫어졌다.
막돼먹은 추노꾼들을 개과천선시킬, ‘언년이’가 필요한 세상이다. “언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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