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위기]

 

"자유와 민주주의 원리상 피지배자에 의한 지배자의 통제를 의미한다. 그리고 정치적인 힘은 경제적인 힘을 통제할 수 있다. 경제권력은 정치권력과 마찬가지로 자유를 위협하는 힘이다. 피지배자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통해서 정치적 지배자를 통제할 수 있고, 그 통제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경제권력도 통제할 수 있다. 다른 방법은 없다." (유시민, <국가란 무엇인가>, 176쪽)

 

한국의 국가체제를 고려해 볼 때 여기서 피지배자는 '국민'을 말하고, 지배자는 '선출직 공무원'을 말한다. 요즘 우리는 '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용어를 많이 접한다. 왜 요즘 우리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는 것일까?

 

위의 문장을 통해서 파악해 보자면,

첫째, 피지배자에 의한 지배자의 통제가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일수도 있고, 경제생활(먹고사니즘)에 매여 있는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 또는 여력없음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필연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오는 것 같다. 신자유주의는 사람들을 먹고사니즘의 지옥에 처박아 놓고 절대로 구원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정치권력이 경제권력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한민국이 가진 결정적인 아킬리스건인데, 대한민국은 태생부터 국가-재벌 주도의 경제체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즉, 한국에서 정치권력은 곧 경제권력과 그 뜻을 같이 한다. 정경유착이라는 말로 이것을 표현하는데, 한국의 상황에서는 정경유착보다 정경애착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뜻이다. 이는 곧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 길은 시민사회가 깨어서 민주주의의 원리가 잘 작동되도록 견제하고 요구해야 한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교회의 나아갈 바를 생각해 본다. 교회가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에 축복을 빌어주며 그들을 성화시키는 데 혈안이 되고 말면, 결국 민주주의는 붕괴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시민사회를 이끄는 리더가 되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견제하고, 그들에게 민주적 통제 안에 머물러 있기를 강력히 요구하는 방향으로 운동을 주도해 나간다면, 교회는 민주주의의 견인차가 될 뿐 아니라 시민사회로부터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을 부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선(goodness)의 실험 현장이다. 인간이 선을 어느 정도까지 실현시킬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현장이 민주주의이다. 종말(선의 실현)을 사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그 현장에서 선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어디까지 선을 실현할 수 있는지,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선의 실현을 끝까지 밀고 나가며 최선봉에 설 수밖에 없다.

 

선으로 악을 이기라. 민주주의는 이것의 실천이다.

Posted by 장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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