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술집
자그마한 선술집에는
마음씨 착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몸과 마음을 달래려고 모인 사람들
이들은 서로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주며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신다
그 중 진한 남부 사투리를 쓰는 한 사람은
안면이 있는 배관공이다
몇 번 보지 않았지만 자주 본 사람처럼 인사를 건넨다
일터가 아닌 쉼터에서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써빙 보는 여인네는
낯에는 토이스러스에서 일하고
밤에는 이렇게 선술집에서 일한다고 한다
밤낮으로 일할 수 밖에 없는 삶의 고단함이
그의 표정에서 묻어난다
병색이 짙은 한 여인은
사람들과 당구를 치면서 까르르 웃는다
불치병에 걸린 이 여인은
정부에서 주는 생활비로 살아간다고 한다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이 여인은
이렇게 밤마다 선술집에 와서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고 한다
이 여인은 자동차가 없단다
그래서 선술집 친구들이
번갈아 가면서 이 여인에게 차편을 제공한단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의 마음은
먹을 것이 넉넉한 사람들보다
씀씀이가 좋은 것 같다
이들이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던 친구가
목사인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이들에게는 여기가 교회야’
그 순간
주크박스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은 찬송으로 화하고
사람들의 재잘거리는 소리는 기도 소리로 화한다
그래 적어도
목사인 내가 여기에 와서 이들과 삶을 나누는 이 순간만은
선술집이 교회로 화할 수 있지 않을까?
‘선술집 성도들’과 삶을 나누며 마신 칵테일 한 잔이
나를 취하게 한다
나는 지금 술에 취해
사람 냄새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