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사랑
슬프도다, 법정 앞에 선 내 사랑이여!
그 눈망울에서는 분노가 뚝뚝 떨어졌고
그 입술에서는 불안이 맴돌았다.
눈망울은 흔들렸고
입술은 떨어지지 않아
몸속에 흐르던 피가 솟구쳐 올라
얌전하던 몸을 흔들어 댔다.
그것을 바라보던 이들의 시선은 두 갈래로 흩어졌고
판사와 청중들에게는 우스꽝스러웠으나
한 남자의 눈에는 파문을 일으킨 돌처럼 들어와 박혔다.
그 날 이후,
한 남자의 심장은 영원히 내려 앉았다.
사랑은 그렇게 왔다.
한 남자는 한 여자를
백정이 송아지의 겁먹은 눈을 사랑하듯*
사랑하게 되었다.
* 밀란 쿤데라의 <생은 다른 곳에>서 가져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