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 오디세이 II2024. 6. 23. 07:33

안디옥 교회와 미니스트리

ㅡ 미니스트리란 무엇인가

 

사도행전 13장에는 안디옥 교회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장면 전환입니다. 그동안 예루살렘 중심으로, 그리고 베드로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이제 안디옥 교회 중심으로, 그리고 바울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안디옥 교회 중심으로 이야기 전개가 바뀌었다는 뜻은 고넬료 사건을 통해서 열리기 시작한 이방 선교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뜻입니다. 이방 선교의 장이 열린 것이고, 바울의 전도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안디옥 교회는 주목해야 할 교회입니다. 안디옥 교회는 예루살렘 교회와 더불어 초대 교회의 양대 산맥입니다. 교회는 예루살렘에서 탄생했지만, 교회가 유대인 지경을 넘어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게 된 것은 안디옥 교회 덕분입니다. 안디옥 교회는 복음의 보편성을 확보한 교회입니다. 안디옥 교회가 없었다면 우리(한국인)도 복음을 듣지 못했을 겁니다. 안디옥 교회는 모든 (이방) 교회의 어머니 교회입니다.

 

안디옥 교회를 소개하는 사도행전의 구절을 보면 그곳에 ‘선지자들과 교사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들의 이름을 나열됩니다. 바나바, 시므온, 루기오, 마나엔, 그리고 사울(바울). 선지자들과 교사들은 요즘 말로 리더들을입니다. 안디옥 교회가 든든히 세워져 간 것은 교회를 섬기는 리더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안디옥 교회를 소개하며 등장하는 용어들도 심상치 않습니다. 성령, 금식, 기도 등의 용어가 안디옥 교회를 묘사하는데 쓰입니다. 이러한 용어들은 교회가 세워지는데 필수적인 것들입니다. 교회는 성령의 역사가 있어야 하고, 금식을 할 수 있는 만큼 집중력과 헌신이 있어야 하며, 기도가 있어야 합니다.

 

성령의 지시에 따라 안디옥 교회는 본격적인 이방 선교를 위해 바나바와 바울을 파송합니다. 이는 안디옥 교회가 선교사를 파송할 수 있을 만큼 예루살렘 교회처럼 든든해졌다는 뜻입니다. 성령의 인도하심과 기도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조지아에서 교회를 개척하며 이것이 무엇인지 몸소 체험했습니다. 우리는 대개 모든 것이 갖추어진 교회에 다니다 보니, 교회의 조직이며 활동들이 원래 그냥 그렇게 작동되는 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교회 개척을 통해 경험한 바에 의하면, 교회 조직이나 성가대, 여선교회, 선교활동 등 교회에서 발생하는 모든 일들은 성령의 인도하심과 기도 없이는 전혀 할 수 없습니다. 이점을 교회를 세워가는 사람들은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가 한 마음으로 간구해야 할 것은 성령의 역사이고, 한 마음해야 할 일은 기도입니다.

 

교회에서 행해지는 모든 일은 ‘미니스트리’(ministry)입니다. 미니스트리는 한국말로 사역 또는 사목이라 합니다. 개신교는 사역이라는 말을 쓰고, 가톨릭이나 성공회는 사목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사역이나 사목이나 같은 말입니다. 미니스트리를 한국어로 옮긴 용어입니다. 사도행전 13장의 안디옥 교회 사역 이야기에서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주를 섬겨 금식할 때”. 여기서 ‘주를 섬겨’는 영어로 ‘ministering to the Lord’입니다. 영어로 ‘ministry’라 옮긴 헬라어는 ‘레이투르게오’(λειτουργέω)입니다. 이 단어의 뜻은 국가를 위해 봉사하거나 사회를 위해 공적으로 봉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니스트리(ministry)란 하나님 나라를 위해 자원하는 마음으로 공적 봉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교회에서 하는 일들은 모두 공적인 일입니다. 미니스트리를 한다는 것은 하나님 나라의 시민으로서 공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섬긴다는 뜻입니다. 미니스트리는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 되지 않으면 할 수 없습니다.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야 미국 정부에서 봉사를 할 수 있듯이, 하나님 나라 시민권이 없으면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위해 미니스트리를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언제나 제 자신을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며, 하나님 나라의 공무원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하나님 나라의 공직자입니다. 이것이 제가 가진 정체성입니다. 이런 자기 정체성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정체성을 가지면 사역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집니다. 부모가 부모로서의 자기 정체성이 분명해야 육아를 잘 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부모로서의 자기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으면 부모도 불행해지고, 누구보다 자녀들이 불행해지기 마련입니다.

 

공적으로 행하는 일이기 때문에 교회에서 하는 모든 일은 가치 있고 의미가 있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공적으로 행하는 일은 가치 있고 의미가 있는 법입니다. 고린도전서 4장에서 바울은 고린도 교회 성도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 바울이 고린도 교회 성도들에게 ‘충성’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미니스트리의 성격 자체가 그렇습니다. 교회의 일, 즉 그리스도의 일은 공적인 일이기 때문에 가치 있고 의미가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가치 있고 의미 있기 때문에 신실하고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역하는 자들은 ‘충성’합니다. 즉, 사역하면서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는 뜻입니다.

 

요즘 보편적으로 교회가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오늘날 교회가 힘들어진 이유는 많습니다. 그러나 안디옥 교회의 이야기를 통해서 한 가지 이유를 찾아본다면, 미니스트리를 하는 자들이 적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교회 사역을 하면서 자기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고, 사역이 공적인 일이라는 것을 잘 모르고, 사역을 하면서 사사롭게 생각하고 사사로운 마음으로 교회를 출석하기 때문입니다. 사역이 사사로워지다 보니 교회 세습이 편만합니다. 사역이 사사로워지다 보니 시간 나면, 마음에 내키면 사역을 합니다. 미니스트리의 공공성은 사라지고 어느새 미니스트리가 사사로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사롭게 군복무를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군대 계급을 세습하거나 군대 자산을 세습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군복무를 시간 나면 하거나 마음에 내키면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교회에서 미니스트리가 사사로워진 이유는 미니스트리에 대한 이해와 자기 정체성이 부족해서입니다.

 

안디옥 교회에는 미니스트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미니스트리를 신실하게 수행하는 하나님 나라의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기 정체성이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하는 사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하게 알았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이 많아지면서 안디옥 교회는 자연스럽게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성령의 지시를 따라 이방 선교를 위한 선교사들을 따로 세울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미니스트리를 신실하게 감당한 그리스도인들 덕분에 지금 우리도 복음을 듣고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 되었습니다. 미니스트리의 가치를 알아보고 미니스트리에 자원하여 동참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미니스트리를 기쁘고 즐겁게 수행하는 모든 이들에게 주님께서 세상이 줄 수 없는 하늘의 복을 내리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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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