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대를 일컬어 포트스 모던 시대라고 합니다. 이 시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절대 권력이 모두 부정된다는 겁니다. 일례로 예전에는 대통령의 권위에 그 누구도 토를 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대통령도 여론에 밀려 탄핵 당하기도 하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성역이라고 하는 성직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부라고 해서, 목사라고 해서, 승려라고 해서 그 성직을 감당하고 있다고 해서 그 자체로 권위를 인정 받지 못합니다. 어느 분야든지 어느 자리든지 그 자체가 가지고 있었던 모든 권위가 허물어졌습니다.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보면서 말세다라고 혀를 쯧쯧 차지만, 조금만 더 깊게 생각해 보면 이건 말세의 징조가 아니라 그만큼 세상이 더 평등해졌다는 증거입니다.

 

하나님의 피조물은 하나님 앞에서 모두 평등합니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다른 무엇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내가 하나님의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나는 저 사람하고 달라”, “나는 저런 것들(things)하고 달라”, 하는 마음은 이미 나 자신을 하나님의 위치에 올려 놓는 교만입니다. 우리는 보통 우리가 밟고 다니는 흙하고 다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죽은 후에 어디로 돌아가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죽은 자는 누구든지 흙으로 돌아갑니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되십니까? 우리 인간은 흙과 다르지 않다는 뜻입니다. 흙이 하나님의 피조물인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의 피조물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이 사실만 제대로 알아도 우리는 함부로, ‘나는 달라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역을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이기 때문에 절대 권력으로 자신을 십자가에 매단 이 세상의 권력자들을 멸하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으시고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아무런 저항 없이 십자가에 기꺼이 못 박히셨습니다. 그리고 십자가 위에서 이런 기도를 하셨습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권위는 절대 권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죽기까지 순종하신 하나님과의 깊은 사귐에서, 그리고 죽으면서까지도 상대방의 용서를 구하신 사랑의 마음에서 온 것입니다.

 

하나님에게서 조차도 우리는 절대 권력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순종과 헌신과 사랑의 관계 속에서 오는 권위 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 인간은 절대 권력을 바라면서 살까요? 우리 인간이 얼마나 타락한 존재인가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절대 권력은 없습니다. 그건 속임수이고 헛된 꿈입니다. 순종과 헌신과 사랑의 관계로 들어가십시오. 그것이 우리가 믿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존재 방식입니다. 우리도 그렇게 존재해야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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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