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동안 사무실에 들어온 쥐 때문에 변치 않은 날들을 보냈습니다. 어릴 적 아침마다 했던 일들 중 하나가 광 속에 들어가서 쥐덫에 걸려든 쥐를 개울가에 가져가 익사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살던 동네에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근 30년 동안 쥐와 대면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21세기를 살면서, 그것도 미국에서 쥐를 대면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쥐는 상당히 신출귀몰합니다. 문을 열고 사무실에 들어가면 금새 꼬리를 감추고 사라집니다. 바깥으로 나오게 하려고 두드려 보아도 꿈쩍하지 않습니다. 귀신처럼 어딘가에 숨어서 나를 조롱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손으로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끈끈이 쥐덫을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쥐덫 위에 빵 한 조각을 놓아 두었습니다. 다음 날 생쥐 한 마리가 끈끈이 쥐덫에서 빠져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며 찍찍대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드디어 잡았구나 생각했습니다. 그 쥐를 쓰레기 통에 버렸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습니다. 분명 어제 책상에 있던 쥐똥을 치우고 쥐도 잡았는데 쥐똥이 또 발견된 것입니다. 그래서 그날 끈끈이 쥐덫을 하나 더 설치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을 비워두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생쥐 한 마리가 또 잡혔습니다. 사무실을 휘젓고 다니던 쥐는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였던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때론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사탄이가 설치해 놓은 덫에 걸려 허덕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본인 힘으로는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우리는 흔히 덫에 걸리기 전 그것이 덫인 줄 알면서도 이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덫으로 걸어 들어 갑니다. ‘나는 덫에 걸려도 내가 원할 때면 언제든지 내 힘으로 빠져 나올 수 있어!’ 하지만 이건 큰 착각입니다. 우리에게는 그러한 능력이 애초부터 없습니다. 그런 마음조차도 사탄이 주는 헛된 마음입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구원할 힘이 전혀 없습니다. 전적으로 타락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원은 우리의 바깥에서 와야만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 바깥에 계신 분이 하나님입니다. 오직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창조주 하나님만이 바깥에 계신 분입니다. 이것을 일컬어 하나님의 초월성이라고 합니다.

 

그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로 성육신하여 죄의 덫에 빠져 있는 우리를 구원하러 이 땅에 오셨습니다. 바깥에 계시면서 동시에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을 붙들지 않으면 우리에겐 구원이 없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시는 그 은총에 손 내미십시오. 누구든지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 전에 빌려 쓰던 미국교회의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이 100년이 넘은 건물이다보니, 게다가 창문도 없었고.. 애 좀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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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