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에게 고함]
1. 플라톤의 <국가> 제5권 470b를 옮겨본다. “내가 보기에, ‘전쟁’(polemos)과 ‘내분’(stasis)은 이름도 서로 다르지만 서로 다른 두 가지 분쟁에 관렴됨으로써 실제로도 서로 다른 것을 뜻하는 것 같네. 내가 말하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분쟁 가운데 하나는 동족 또는 친족끼리의 분쟁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과의 남남끼리의 분쟁일세. 우리는 그중 동족끼리의 분쟁은 ‘내분’이라고 부르고, 외국과의 분쟁은 ‘전쟁’이라고 부르네.”
2. 플라톤은 동족끼리의 분쟁(내분)은 ‘언젠가는 화해할 사람들처럼 싸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잇는다. “그들은 선의에서 상대방이 절제를 지키게 해주려는 것이지, 상대방을 처벌하려고 예속시키거나 파괴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네. 그들은 정신 차리게 해주려는 자이지, 적군은 아니니까 말일세.”(471a)
3. 윤석열과 그 일당의 전술은 매우 교묘하다.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것을 통해 자기의 정적들을 모두 제거하고 비상입법회의를 만들어 세상을 자기들의 입맛대로 바꾸려 했다. 윤석열 일당이 벌인 행태는 분명 칼 슈미트가 이야기한 ‘예외상태’이다. 윤석열과 그 일당이 계속 주장하는 것은 대통령의 고유한 통치권이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은 비상계엄을 통해 ‘예외상태’를 만든 뒤, 자신의 고유한 통치권으로 국가적 위기를 종식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4. 한 마디로, 윤석열과 그 일당은 위에서 진술한 플라톤의 표현을 빌리자면, ‘전쟁’을 획책한 것이다. 윤석열은 자신의 정적(민주당)을 동족으로 여기지 않고 ‘적’으로 여긴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과 그 일당은 상대방을 처벌하고 예속시키고 파괴하려 했다. 이것은 이미 구속된 계엄군 일당들에 대한 수사에서 파악된 것이다.
5. 그런데, 지금, 내분을 넘어선 전쟁의 획책이 시민들에 의해 막히고 불법 비상계엄 사태의 가담자 전원이 구속되고, 자신도 탄핵을 당하고 구속 수사의 궁지에 몰리자 윤석열과 그 일당은 완전 새빨간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려 들고 있다. 그들은 분명 전쟁을 획책했었다. 그런데, 궁지에 몰리자, 그것은 전쟁이 아니었고, 플라톤의 부드러운 표현처럼 ‘내분’이었다고 말한다. 입법 기관에 총뿌리를 겨눈 것이 아니라 절제시켜 주고 정신 차리게 해주려는 ‘좋은 의도’였다고, 술수를 부리고 있다.
6. 윤석열과 그 일당의 새빨간 거짓말 중 최고의 거짓말은 ‘다시는 비상계엄 선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여기에 속으면 안 된다. 만약, 이들의 술수에 넘어가 윤석열이 복권되면 윤석열은 반드시 더 치밀하게 준비하여 비상계엄을 선포할 것이다. 국가를 예외상태로 만들어 칼 슈미트가 이야기한 주권 권력을 휘두르려 들 것이다. 예외상태에서 헌법을 넘어서는 힘을 지니는 것은 대통령 자신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말이다.
7. 이미 윤석열과 그 일당은 필사적이다. 추종자들의 사법부 침탈 사건이 그들의 필사적 전략을 똑똑히 보여주었다. 윤석열과 그 일당은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이보다 더 한 짓도 할 것이다. 지금, 대통령실이나 국민의 힘이 막후에서 윤석열을 살리기 위해서 별짓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아주아주 추악한 짓을 하고 있을 것이다.
8. 민주당은 지금 플라톤처럼 느긋하게 생각하면 안된다. 윤석열과 그 일당은 ‘전쟁’을 일으켜 자신들을 죽이려 했는데, 그것이 마치 ‘내분’이었던 것처럼 생각하면 절대 안된다. 다시 말해, 민주당은 윤석열과 그 일당을 ‘언젠가는 화해할 동족’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그런 안일한 생각을 갖다가는 저들의 전쟁 획책에 넘어가 처벌받고 예속당하고 파괴될 것이다. 저들은 민주당(민주화세력)을 동지/동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저들에게 민주당은 없애버려야 할 ‘이방인들’일 뿐이다. 저들은 겉으로 자신들의 계엄선포가 ‘내분’인 것처럼 말하지만 저들이 벌인 계엄선포는 ‘전쟁’이다. 절대로 속아 넘어가면 안된다. 지금 사태는 언젠가 화해하게 될 불화가 아니다.
9. 현대 정치철학에서 ‘내분’(stasis)은 ‘내전’으로 번역하여 부른다. 플라톤은 동족들끼리 사우는 것을 애써 ‘내전/내분’이라고 축소시키려 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동족/형제들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친구인 동시에 최악의 적이기 때문’이다. 동족끼리의 싸움인 ‘내전’은 이방인들과의 싸움인 ‘전쟁’보다 더 비참할 수 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그 비참한 내전을 ‘사사기’에서 보았을 것이다. 기브아 사건으로 발발한 내전 말이다. 그 내전으로 베냐민 지파는 거의 멸망당할 뻔했다. 이 내전은 다른 이방인들과의 전쟁들보다 잔혹했다.
10. 민주당은 윤석열과 그 일당들, 그리고 국힘의 헛발질로 반사이익을 얻어 정권을 손에 쥐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상대방의 실수로 득점하는 것은 실력이 아니다. 민주당은 현 시점에서 절대로 몸을 사려서는 안된다. 사생결단의 정신으로 윤석열과 그 일당들을 제압해야 한다. 지지율에 연연하다가는 오히려 역공을 당해 멸망당할 것이다. 윤석열과 그 일당들, 그리고 국힘당이 온갖 술수를 다 쓰는 것처럼, 민주당도 온갖 전략을 동원하여 저들을 무너뜨려야 한다. 전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11. 특별히 이재명 대표는 조기 대선을 치러 대통령이 되려는 욕심 자체를 버려야 한다. 안중근 의사처럼 적장을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일념으로 윤석열을 무너뜨려야 한다. 자신을 죽이지 못해 안달인 국민들이 이렇게 많은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이 되어 봤자 야당과 적대적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생각만큼 국정 운영을 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차라리 지금 자신의 사명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윤석열을 무너뜨리고 자신도 같이 죽겠다는 것에 두는 것이 낫다. 이것은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비호감 이미지를 극복하고 열렬한 지지자를 두루두루 얻는 최고의 방법이다. 아주 단순한 격언이 가장 필요한 때이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12. 제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현재의 지지율에 연연하지 말기를 바란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온힘을 다해 윤석열 탄핵과 그 일당들의 척결에 쏟기를 바란다. 내일을 생각하는 순간, 내일은 없을 것이다.
13. 민주 시민들도 이 상황을 지겹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계속해서 광장에 나가 윤석열 파면을 외쳐야 한다. 안 그러면, 그가 귀환하여 그의 통치를 받는 수모를 겪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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