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2. 12. 2. 10:24

가로등 풍경

 

허공에 기댄 듯 기울어져 있는 가로등을 기둥 삼아

세월을 이겨낸 거미집이 허름하게 널려있다

하얀 등불 밑으로 수많은 벌레들이 지나다니다

어떤 놈은 피해가듯 거미집을 그냥 지나치는데

어떤 놈은 호기심에 가득 찬 듯 기웃거린다

방금 큼지막한 나방 한 마리가 거미집으로

손님처럼 들어와 집 한 가운데 좌정해 앉았다

주인장 거미는 멀찌감치서 음흉한 미소를 보내고

나방은 자신의 운명을 뒤늦게 깨달은 양 움찔대고 있다

 

가로등은 그림자만 만들어내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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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