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6. 4. 7. 00:11

나는 죽어서 빛이 되고 싶어

 

나는 죽어서 빛이 되고 싶어

별빛도 좋고

달빛도 좋고

햇빛도 좋아

이건 너무 거창한가

그럼

창문에 나부끼는 별 그림자

출렁이는 강물에 새겨지는 달 그림자

버즘나무 밑으로 스며드는 해 그림자

이런 게 되어도 좋아

그림자도 빛이니까

이런 것도 거창하다면

반딧불이 빛이 되면 어때

아이들의 오그린 손바닥만한 빛이지만

한 여름 밤을 다 채우고도 남을 만큼

낭만적이잖아

다만

눈빛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만나본 세상의 모든 눈빛은

슬펐어

빛이 슬프면 안 되잖아

빛은 희망이어야 되잖아

나는 죽어서 빛이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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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