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6. 3. 21. 13:46

 

봄,

꽃 피우기 경연대회가 시작되었다.

경연대회 중일 때

누구든

그 안에 꽃을 품은 생명은

눈치 볼 필요 없이 마음껏

꽃을

세상에 펼쳐 보일 수 있다.

 

생명은

안에 쌓여 있는 것을 밖으로 내보낼 때

다소 왁자지껄하다.

이것은 미안한 일이 아니라

생명 고유의 성품이다.

 

그러므로

꽃이 얼굴을 드러내며 떨어뜨리는

꽃가루는

시대위를 향한 최루탄처럼

눈물을 만들어 내고

닫힌 공간에 꼭꼭 숨어 있게 만들지만,

그것이 비난을 불러오지는 않는다.

 

눈물은,

어딘가에 숨어 있어야 하는 일은,

이렇게 생명현상에서 오는 것만 허락될 수 있다.

그 외의

눈물, 숨바꼭질은

시위대를 향한 최루탄처럼

생명에 대한 철저한 반역이다.

 

꽃은 피어나며

눈물을 만들어내지만

생명을 헤치지 않는다.

그래서 봄은

생명이 꽃을 마음껏 피워내도록

꽃 피우기 경연대회를 열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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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