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와 신앙2012. 9. 7. 04:44

대기만성(大器晩成): 그릇은 늦게 만들어진다는 / 크게 사람은 늦게 이루어짐의 비유

 

삼국 시대, ()나라에 최염(崔琰)이란 유명한 장군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사촌 동생인 최림(崔林) 외모가 시원치 않고 출세도 하고 일가 친척들로부터도 멸시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최염만은 최림의 인물됨을 꿰뚫어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 ()이나 솥은 그렇게 쉽사리 만들어지는 아니네. 그와 마찬가지로 인물도 대성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너도 그처럼 '대기만성'하는 그런 형이야. 두고 보라고. 틀림없이 인물이 테니…' 과연 말대로 최림은 마침내 천자를 보좌하는 삼공(三公)중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 삼국지(三國志) 위지 최염전(魏志 崔琰傳) –

 

나다나엘 호손이 < 바위 얼굴>이라는 단편소설이 생각나게 하는 고사성어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어네스트는 어릴 엄마가 해준 바위 얼굴에 대한 전설을 마음에 품고 살아갑니다.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가 자라서 인물이 되고 또한 외모도 바위 얼굴을 닮아가게 거라는. 어네스트는 그러한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 믿었고 그를 만나고 싶어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마음을 품고 살면서 바위 얼굴을 닮았다고 생각하는 몇몇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개더골드, 올드 블러드 앤드 선더, 그리고 올드 스토니 피즈가 그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어딘가 모르게 위엄 있게 있는 바위 얼굴의 인품을 고스란히 간직하지 못한 같다는 생각에 어네스트는 실망을 합니다. 시간이 흐릅니다. 이제 어네스트는 백발의 노인이 되었습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바위 얼굴을 닮은 인물은 나타나지 않는 했습니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은 어네스트가 바위 얼굴을 닮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바위 얼굴을 닮고 싶다는 염원과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기대가 어네스트를 바위 얼굴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어네스트는 동네 사람들의 평가에 우쭐해 하지 않습니다. 자신은 바위 얼굴을 닮은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네스트는 그저 자신의 인생을 살뿐이었습니다.

 

누군가를 기대하고 대망한다는 것은 이만큼 결과를 낳습니다. 어네스트는 살면서 바위 얼굴을 마음에 품고 살았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바위 얼굴처럼 되려고 노력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는 그가 그토록 염원하던 바위 얼굴을 자기 자신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는 그리스도인에게 주는 엄청난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꾸 무엇이 되려고 합니다. 그것만 이루고 나면 세상을 모두 얻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생을 살면서 무엇이 되려고 하는 것만큼 허무한 일도 없을 겁니다. 무엇이 되고 나면 다음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합니까?

 

그리스도인에게는 메시아 콤플렉스가 있습니다. 우리는 자꾸 그리스도처럼 되려고 합니다. ‘작은 그리스도 되어야 한다는 , 세상을 짊어진 어린양 노릇을 하려고 듭니다. 그런데 이것이 우리가 되려고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겠습니까? 그리고 우리 인간은 애초부터 그리스도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패배의식을 지닌 인간으로 살라는 뜻도 아닙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어네스트와 같은 마음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마음을 그리스도에게 두고, 그리스도를 마음에 품고 사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지요.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에게 우리의 존재를 집중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마음이 우리를 그리스도를 닮게 것입니다. 닮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닮아지는 것이 아니라, 어네스트처럼 그리스도에게 마음을 두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모습이 그리스도를 닮아 있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모두 대기만성형 인간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어떠한 기술이나 처세술로 도달할 있는 형상을 좇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인생을 마치는 그날까지 묵묵히 걸어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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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