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
내가 지금 말을 걸고
마음으로 신뢰를 보내고 있는 사람은
그저 아무나가 아니라
심지어 죽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야.
그 사람은 마술사나 연금술사,
또는 사기꾼이 아니라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
아니 만나게 될 사람 중에,
아니면 평생 만나지 못하게 될 사람 중에
눈빛이 가장 선한 사람이야.
나는 이 사람이 들려준 인생 이야기가 좋더라.
우선 꾸밈이 없고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없는
화창한 날의 구름 같은 이야기야.
모르겠어,
내가 이 사람에게 자꾸 빠져드는 이유는
아마도 이 사람의 심장소리 때문인 것 같아.
이 사람의 심장소리는
어느 새로운 문명의 아침에서 들려오는 북소리 같아.
그 소리를 들으면
하늘이 열리고
별이 쏟아지고
태양이 녹고
달이 빛나.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구원이 돌진해 오는 것 같아.
나는 이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어보기로 마음 먹었어.
그래서
나는 숨을 죽이기로 했고
감각을 가만히 내버려두기로 했고
무엇보다,
도망치지 않기로 했어.
이제야 심장이 슬프지 않네.
들어봐,
내 심장이 이렇게 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