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지아
너를 떠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순간 싸이렌이 울렸다.
바다에서 선원들을 홀리던 싸이렌이
어떻게 육지까지 왔을까,
생각하는 순간 싸이렌이 멀어졌다.
내 머릿속의 생각과는 달리
내 눈 앞을 지나는 싸이렌은
빨간 색을 칠한 네모난 자동차였다.
저건 아픈 사람을 실어 나르는 장치인데,
너를 떠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순간 싸이렌이 울렸다는 건
내가 아프다는 뜻일까.
뜨거운 태양이 도착하지 못한
구름 잔뜩 낀 여름날 아침인데,
싸이렌이 멈춘 뒤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건
노란색 프리지아였다.
오늘은 아무래도
프리지아 꽃을 든 남자처럼
심장박동이 거칠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