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과 호황: 카지노와 교회]

 

미국의 카지노 산업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Despite high gas and food prices, there doesn't seem to be many inflation worries when it comes to gambling." 인플레이션이 심해서 개스값과 식료품 가격이 엄청 올라서 먹고 살기 힘들어졌는데, 도박장은 역대 최고의 호황을 맞았다는 기사다. 올해 3분기 실적이 무려 150억 달러란다. 이에 대하여 네바다 대학교의 도박 역사를 전공한 교수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한바탕 기회를 잡으려는 인간의 심리가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게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풍경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호황을 누리는 것은 종교가 아니라 도박 산업이 되었다. 사람들의 인식이 완전히 바뀐 것 같다. 불확실한 시대에 신의 인도를 받는 것보다는 돈을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더 확실한 미래를 보장 받는 것이라는 생각이 우리 시대의 사람들이 가진 보편적인 생각인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 각자 도생의 시대가 되지 않았는가. 공동체는 없고 '개인'만 남은 세상에서 누가 우리를 구원하겠는가.

 

그동안 너무 '개인구원'만 힘써 외쳤던 복음주의 신앙이 이러한 현상을 한몫 거들은 것도 사실이다. '개인구원'이 각자도생과 무엇이 다른가.  종교가 각자도생을 endorsement(지지) 했으니,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 이웃들을 돌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것으로 자기의 소유를 더 늘리려는 욕구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현상인 듯하다.

 

미국 투자 자본의 40%가 몰려 있다는 실리콘밸리, 내가 사는 동네도 불황을 맞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layoff 사태가 줄을 잇고 있다. 우리 동네는 올 가을, 나무만 잎을 떨구어내는 게 아니라, 기업들도 나무가 이파리를 떨구어내듯 노동자들을 떨구어내고 있다. 그래서 올 가을, 바닥에 나뒹구는 낙엽이 별로 낭만적이지 않다.

 

어려운 시절, 모두가 조금씩만 양보하고 나누어서, 잘 버텨내면 좋겠다. 모두 살아남아 꽃을 피우고 다시 이파리가 무성해지길!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