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좋은 것이다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해는 계묘년입니다. 검은 토끼의 해라네요. 사실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2020년도 다 못 산 것 같은데,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2020년도 다 못 산 것 같은데, 2021년이나 2022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으면, 그저 아득하기만 합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교양영어 시간에 첫번째 수업에 배웠던 영어 텍스트의 제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The show must go on”입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을 당했어도 인생(the show)은 멈추지 않고, 일상은 그대로 흘러간다는 교훈을 담은 텍스트였습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팬데믹이 닥쳐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인생이 멈추어 선 것 같았지만, 그래도 세상은 그냥 그렇게 흘러서 벌써 3년이 지나 2023년을 맞았습니다.

 

최근 읽은 책 중에 『몸짓의 철학』이라는 책에 ‘앉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책은 우리의 일상의 모든 몸짓에 대한 철학적 묵상을 담은 책인데, 그 중에서 ‘앉기’라는 몸짓에 대하여 이런 말을 합니다. “앉아서 듣지 못하는 자는 진리와 진실을 경청하는 바른 몸가짐이 되어 있지 않다”(56쪽). ‘앉기’의 중요성을 말하면서 저자는 우리에게 이렇게 도전합니다. “앉으라. 그리고 성찰하라!”

 

정말 그렇습니다. 무엇인가 중요한 일을 할 때, 우리는 앉아서 합니다. 대개 중요한 일은 거의 모두 앉아서 하는 일입니다. 그 중에서 뭔가를 배우고, 가르칠 때, 앉는 행위는 정말 중요합니다. 책을 읽을 때도 앉아서 읽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누워서 읽거나 서서 읽으면 집중이 잘 되지 않습니다. 말씀을 들을 때도 우리는 앉아서 듣습니다. 다른 자세로 들으면 집중이 잘 안 될 뿐더러, 좋은 자세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저자는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합니다. “앉음에서 오는 성찰이 없는 삶은 무엇을 이루었다고 한들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불행한 삶일 수 있다”(59쪽). 여기서 주목해야 할 말은 ‘앉음에서 오는 성찰’입니다. 그냥 ‘성찰’이 아닙니다. 우리는 누워서도 성찰할 수 있고, 걸으면서도 성찰할 수 있고, 일하면서도 성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성찰이든, ‘앉음에서 오는 성찰’만큼 우리의 삶을 진지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없습니다.

 

예수님 당시에 무화과나무 아래는 성경공부를 하기 가장 좋은 장소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을 사모하는 경건한 사람은 무화과나무 아래서 하나님의 말씀을 진지하게 묵상했습니다. 요한복음 1장에 보면, 예수님의 제자 빌립이 나다나엘을 예수님께 인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빌립은 나다나엘에게 자신이 만난 메시아 예수를 소개했고, 그 예수가 나사렛에서 온 분이라는 것을 듣고서 나다나엘은 “나사랏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라고 반문하며 빌립의 전도를 뿌리쳤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나다나엘을 길을 가다 예수님을 만납니다. 그때 나다나엘은 예수님이 자신을 알아본 것을 신기하게 여겨 “어떻게 나를 아십니까?”라고 질문합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빌립이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을 때에 보았노라.”

 

예수님의 이러한 대답을 듣자마자, 나다나엘은 빌립이 증거했을 때는 부인하다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마음을 바꾸어 이런 고백을 합니다.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이요 당신은 이스라엘의 임금이로소이다!” 예수님을 메시아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이 놀라운 일이 바로 ‘무화과나무’ 때문에 발생합니다.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나다나엘은 진지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했고, 그 영이 통하여 말씀이 증거하는 메시아 예수를 만났을 때에 그분을 비로소 알아보게 된 것이죠. 이는 모두 나다나엘이 무화과나무 아래에 앉아서 하나님의 말씀과 인생을 성찰한 덕분입니다.

 

앉아서, 성찰해 보면, 우리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우리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회 공동체로서, 우리는 어떠한 교회를 세워 나가야 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이 무엇인지를 성찰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팬데믹 동안 이전에 비해 많이 느슨해진 교회 공동체를 보면서 이제는 좀 더 새로운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건강하고 활동적인 공동체로 거듭나야 할 시기가 왔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2023년도부터 ‘적극신앙 프로젝트’를 통해서 ‘신앙은 좋은 것이다’ 운동을 펼쳐나가려고 합니다.

 

신앙은 정말로 좋은 것인데, 우리 시대의 사람들은 그 가치를 너무도 잘 모르고, 신앙 이외의 다른 것에서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들을 많이 하면서 삽니다. 기후변화 공부를 하면서 더 깊이 깨닫는 것은 기후변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신앙의 힘’ 외에는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단순히 ‘기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갖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신앙은 나약한 인간의 힘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힘보다 강하신 하나님에 기대어 연약한 나를 넘어서는 일을 해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23년도를 ‘적극신앙의 해’로 선포합니다. 그리고 ‘신앙은 좋은 것이다’ 운동을 펼쳐 나가려고 합니다. 이것을 위해서 우리 교회 공동체 한 사람 한 사람이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를 외치며, 변화를 갈망해야 할 것입니다. 저부터 더 열심을 내고, 변하고, 더 많이 사랑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주님께서 허락하신 새로운 해 2023년도를 다음 말씀에 힘입어 ‘적극신앙’을 실천합시다.

“너는 모든 일에 신중하여 고난을 받으며 전도자의 일을 하며 네 직무를 다하라”(딤후 4:5).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