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의 책을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하는 이유]

 

한병철만큼 간결한 필치로 '신자유주의'를 상세히 파헤치는 철학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동독과 서독이 통일을 이루고, 소련 체제가 무너지고, 중국이 경제를 개방하면서 세계 질서는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체제'로 굳어졌다. 그게 1990년도 들어서기 직전에 벌어진 일이다. 그러니까, 신자유주의 체제는 이제 30살이 넘었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그동안 인류가 개발한 그 어떤 '착취'의 메커니즘 중 단연 으뜸이다. 완벽하게 '자기 착취'를 실현하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키워드는 '자기 착취'(self-exploitation)이다. 이것은 그 어떤 착취 메커니즘보다 교묘하고 효과적이고 성공적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잘 모른다. 자신이 자기를 착취하고 있으면서도 착취 당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다고 착각한다. 한병철은 이 '자기 착취'의 신자유주의 메커니즘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자기 착취'가 매우 은밀하게, 그리고 구조적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온 인류가 현재 '신자유주의'에 포획되어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이러한 때에 '평안이 있다'라고 선포하는 것은 예레미야가 바벨론 침공을 경고할 때 '평안이 있을 것'이라고 선포하는 하나냐 같은 짓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예레미야의 예언을 듣지 않고 하나냐의 예언에 귀 기울인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자기 착취' 메커니즘을 모르면, 설교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는 자기번영을 위하여 모든 사회적 요소를 자기 편으로 포획한다. 종교도 예외가 아니다. 종교는 다른 사회적 요소보다 더 신실한 신자유주의의 호위무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종교가 정치보다 더 무섭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의 '자기 착취' 메커니즘에 대항하여 지옥 같은 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종교 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종교에는 좋은 인재들이 많이 필요하다. 신자유주의의 복잡한 '자기 착취' 메커니즘을 깊이 파악할 줄 아는 지성과 그것에 맞설 수 있는 용기와 그것을 뛰어넘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 나갈 수 있는 지혜가 있는, 좋은 인재들이 많이 필요하다.

 

신자유주의에 편승하여 자기 착취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자기 착취'를 더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부추기는 일에 종교의 힘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한병철의 책이 '적'(enemy)이겠지만,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며 세상을 바꾸어 보려는 종말론적 비전을 가진 이들에게 한병철의 책은 아주 좋은 '아군'(friend)'가 될 것이다.

 

간결한 필치의 책이지만,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현대 철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한병철의 책을 읽으며 거기에서 제시하고 있는 문헌들을 차근차근 공부해 나간다면, 신자유주의의 자기 착취의 메커니즘을 파악하게 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왜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실로 예언자적인 안목을 기를 수 있게 될 것이다.

 

주님께서 남기신 선지자 7천명의 반열에 오르려면 기도만 할 것이 아니라 한병철의 책을 읽어야 한다. 2023년도, 많은 이들이 한병철의 책을 통해서 '자기 착취'의 지옥에서 벗어나고, 아직도 '자기 착취'의 지옥에서 생명을 소진하고 있는 불쌍한 영혼들을 많이 구원해 내는, 매트릭스(The Matrix)의 '니오'(Neo)' 같은 삶을 살게 되기를 소망한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