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적 현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아래의 현실은 다음과 같다.
1. 환경오염과 자원고갈 (기후변화)
2. 가족(공동체)파괴와 가치의 물신화
3. 인간의 존엄성 하락 (자기 상품화)
4. 모든 영역(정치, 경제, 사회, 문화)이 시장에 종속
5. 불평등의 심화
6. 민주주의 후퇴
루소가 말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현실화된 요즘, 우리는 인간의 사회를 경험하지 못하고, 짐승의 사회를 경험하고 있다. 원자화된 개인주의가 판을 치고, 서로 못 믿는 불신사회가 되었으며, 불안과 공포가 사람들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다.
사람들은 살아남으려고, 신자유주의 체제에 적응하여, 자기 자신을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상품'으로 가다듬는데 여념이 없다. 모든 생활의 영역은 시장이 되었고, 그 무한 경쟁의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하여 자기 자신을 채찍질 하고 있다. 최고의 상품, 또는 소비자들이 찾는 상품이 되기 위하여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상품의 조건에 맞추어 자기를 조각한다.
남들보다 우위에 올라선 상품이 되기 위해서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은 외모와 스펙이므로, 성형수술과 각종 자격증 시험이 만연한다. 소셜(social)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축소되었고,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시간낭비일 뿐이다. 대학교에서는 동아리 모임도 그렇게 재편되었다. 실용성이 없으면 존재하지 못한다.
종교생활은 심신안정을 위한 취미생활로 전락한 지 오래되었고, 설교자들의 메시지는 위로와 복에 대한 간구를 넘어서지 못한다. 그 이외의 다른 메시지를 전하면 뭇매를 맞기 일쑤다. 가뜩이나 삶 속에서 살기 퍽퍽한데, 교회에 와서까지 힘든 일 하기 싫고, '정의로운 메시지'를 듣는 것이 불편하다.
요즘 사람들은 모두 시장의 노예가 되었다. 아주 자발적인 노예가 되었다. 그래서 힘들고 어려워도 어디다가 하소연할 곳도 없다. 자기 자신의 못남을 탓할 뿐이다. 믿을 건 내 몸뚱어리 하나뿐이다. 그래서 건강이 최고다. 집 한 켠의 선반에 넘쳐나는 건강보조제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밥 이외에 먹어야 할 게 너무도 많다.
우리는 이렇게 괴로운 인생을 살고 있으면서도 왜 삶의 현실을 바꾸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는 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거부하지 못하고, 거기에 노예처럼 끌려다니는 것일까. 누구를 위한 '자유'의고, 누구를 위한 '경쟁'인가.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공산주의 붕괴 이후 <역사의 종말>을 선언하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보다 더 좋은 체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의 선언이 있은 지 불과 30년만에 우리는 바로 그 체제 내에서 '지옥'을 경험하고 있다. 이처럼 현실의 어느 한 체제를 '이상화'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어거스틴이 <하나님의 도성>에서 지상의 도성과 하늘의 도성을 구분하여, 그 두 도성이 변증법적으로 공존하는 이 세계에 대하여 말한 것은 굉장한 통찰이다.
나는 그 어느 때 보다 신학이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죽음 같은 고통을 가져다 주는 현실을 전복시킬 수 있는 힘은 '하나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신학은 모든 것이 블랙홀 같은 시장에 잠식 당하여 고통 당하고 있는 이 현실을 전복시킬 수 있는, 이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을 줄 수 있는 강력한 실제적인 힘(power)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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