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7. 6. 27. 15:28

어떤 날

 

나는 까만 염소가 되어

애처롭게 울었다

이마 주름에 저녁 노을이 고이고

무릎 사이로 시린 바람이 흘렀다

우리 아버지 시신 화덕에 들어가던 날처럼

세상은 무심하게

노란 장미를 피우고

별을 공중에 띄웠다

 

피가 역류한다

심장이 뛰는 것은 기적이다

눈은 더이상 하늘을 보지 못하고

바닥만 보게 되었는데

먼지를 일으킨 건 바람이 아니라

눈물의 중력이었다

 

나는 또 한 번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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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