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1. 4. 10. 04:09

엄마의 젖가슴

 

우리 엄마는 젖꼭지가 없지요.

어렸을 때는, 엄마의 젖꼭지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어요.

근데 말이에요,

우리 외할머니는 어땠는지 아세요?

우리 외할머니는 한 쪽 젖꼭지만 있고 한 쪽은 없었어요.

언젠가 난 엄마에게 물어보았지요.

"엄마, 엄마는 왜 젖꼭지가 없어? 외할머니도 보니까 한쪽 젖꼭지가 없더라."

낮은 목소리로 엄마는 대답하셨죠.

", 너네들 젖 먹여 키우느라 그렇지 뭐.. 엄마는 젖이 잘 안 나와서

피젖을 먹일 때가 많았어.."

엄마는 원래부터 젖꼭지가 없었지요.

젖꼭지가 없는 건,

유전이거나 신체적 결함이라고 볼 수 있지요.

하지만 난 그렇게 믿지 않아요.

엄마의 젖꼭지가 없는 건,

자식들을 키우시느라,

그보다, 나오지도 않는 젖을 짜내시느라,

엄마의 젖꼭지는 닳아서 없어진 것이라고,

그래서 엄마의 젖은 피젖이었다고,

난 믿고 있지요.

 

꼭지도 없는 우리 엄마의 젖가슴을

내가 왜 좋아하는지 아세요?

그건,

피거름으로 자라난

엄마의 사랑이 담겨있는 곳이라서 그렇지요.

그런 엄마의 피젖을 먹고 자란 내가,

어떻게 엄마를 그리워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내게 있어

죽는 날까지 가장 그리운 건,

엄마의 꼭지 없는 젖가슴,

바로 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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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