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 오디세이 I2019. 1. 1. 11:02

은혜란 무엇인가?

(신명기 31:9-13)

 

속회(소그룹모임/구역회)와 더불어 송구영신예배는 웨슬리안(감리교/성결교/나사렛/구세군)의 유산이다. 영어로는 Watch Night service라고 한다. 1755년에 존 웨슬리가 처음 이 용어를 썼는데,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는 목적은 그리스도인의 신앙을 갱신(renewal)하기 위해서이다.

 

인간에게 갱신(renewal)’은 매우 중요하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죄인이기 때문에 갱신이 없으면 그 더러움 때문에 죽는다. 요즘 한국에서 뜨는 칼럼니스트가 있다. 서울대의 김영민 교수다. 지난 추석 때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을 통해 일약 스타가 된 분이다. 김영민 교수의 또다른 칼럼, ‘설거지의 이론과 실천이 있다. 거기에 보면, 설거지(갱신)가 왜 중요한지에 대하여 잘 나와 있다.

 

그는 묻는다. 요리의 시작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요리의 시작을 밥을 앉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말한다. 요리의 시작은 장보는 일이다. 그러면 식사의 끝은 무엇일까? 우리는 디저트 먹는 것을 식사의 끝으로 생각하지만, 그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식사의 끝은 설거지다. 그는 설거지의 문명론을 논하며 이렇게 말한다. “설거지는 귀찮은 일입니다그러나 설거지를 너무 미루면, 집에 불을 지르고 싶어집니다. 문명은 귀찮음을 극복하는 데서 시작됩니다문명이냐 야만이냐는, 냉장고에서 반찬통 꺼내 그대로 먹느냐, 아니면 예쁜 접시에 덜어먹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는 설거지의 인간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결혼은 연애의 업보이고, 자식은 부모의 업보이며, 설거지는 취식의 업보입니다. 설거지거리는 취식의 상태를 고스란히 반영합니다. 얼마나 깔끔하게 혹은 게걸스럽게 먹었느냐가 고스란히 설거지거리에 반영됩니다. 사실 인간 자체가 설거지거리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인간의 육체는 땀과 침과 피지를 분비하고, 각질과 군살을 만들어냅니다. 정신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달이 멀다하고, 타성, 나쁜 습관, 부질없는 권력에 대한 집착을 만들어냅니다. 그런 면에서 성장과 노화란 곧 썩어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설거지 없이 깔끔하게 살아 있을 수 있는 존재는 없습니다.”

 

기독교에서 인간에 대하여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죄론이다. 기독교 인간론의 핵심은 죄론이다. 그러나, 죄론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많다. 그리고 죄론을 나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 보니, 기독교의 죄론이 폄하되는 경우가 많다.

 

기독교에서 인간을 말할 때, ‘인간은 죄인이다라고 한다. 죄란 무엇인가? 죄는 굉장히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바깥으로 드러나는 죄의 결과를 일컬어 죄라고 말하지만, 죄는 근본적으로 결핍을 말한다. 결핍과 반대되는 말은 완전이다. 완전을 신학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holiness’이다.

 

성경에서 인간은 죄인이라고 말하고, 하나님은 거룩하다고 말한다. 인간을 죄인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인간은 결핍의 존재이기 때문이고, 하나님을 거룩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하나님은 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결핍을 극복할 수 없는가? 인간의 결핍, 즉 인간의 유한성은 신의 저주인가?

 

성경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인간은 결핍된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말로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지만, 그 결핍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그 방법은 바로, 완전하신 하나님과 연합하는 것이다. 성경은 그 상태를 구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완전하신 하나님과 연합하는 방법은 신약성경에서 소개되고 있는데,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결핍된 존재인 인간은 완전한 존재인 하나님과 연합하여 구원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구약 시대에 유대인들은 모세의 율법을 통해서 하나님과 연합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들은 율법을 지키는 것을 통해서 하나님과 연합했고, 구원을 확보했다. 본문에서 모세는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율법을 주면서 이것을 통하여 하나님과의 연합에 힘쓰라고 말한다.

 

그런데, 모세는 인간의 유한성을 잘 알았기에, 율법이 한 번 주어지면 안 되고, 정기적으로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세는 제사장들과 장로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매 칠 년 끝 해 곧 면제년의 초막절에 온 이스라엘이 네 하나님 여호와 앞 그가 택하신 곳에 모일 때에 이 율법을 낭독하여 온 이스라엘에게 듣게 할지니”(10-11).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중요한 것을 계속하여 갱신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만다. 갱신은 영혼의 설거지와 같다. 말씀이 계속하여 귀에 들려지지 않으면, 인간은 어느새 결핍의 상태로 다시 추락하여 결핍에서 오는 온갖 죄 가운데서 허덕이게 된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존재를 알아, 자신의 결핍을 주의하여, 결핍의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완전의 상태로 고양되려면, 인간은 끊임 없이 자기 설거리를 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인간 스스로 결핍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의 딜레마이고 비극이다. 그러나, 성경은 그러한 비극에서 벗어나는 길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인간은 스스로 결핍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하나님은 인간을 결핍 상태에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결핍의 상태에 있는 인간이 당신과 같이 완전한 상태(Holiness)에 들어서게 끔 하기 위하여 쉬지 않으신다. 우리는 이러한 하나님의 성품(nature)을 은혜(caritas)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은혜가 없다면, 인간은 영원히 결핍 가운데, 그 결핍에서 오는 고통을 당하면서 불행한 존재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고통 가운데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우리를 고통에서 구원하신다. 참 감사한 일이다.

 

하나님의 은혜가 없으면 우리는 영원히 결핍 가운데서 고통당할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를 완전한 상태로 끌어 올리셨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은 가만히 있으면 결핍의 상태로 되돌아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 또한 인간이 떠 안고 있는 결핍이다. 이것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지 전까지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이다.

 

위에서 김영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설거지를 너무 미루면, 집에 불을 지르고 싶어집니다. 문명은 귀찮음을 극복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마찬가지다. 갱신(영혼의 설거지)을 미루면, 육신에 불을 지르고 싶어진다. 구원은 귀찮음을 극복하는 데서 시작된다. 인간 자체가 설거지거리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인간의 육체는 땀과 침과 피지를 분비하고, 각질과 군살을 만들어낸다. 정신도 마찬가지다. 한 달, 하루가 멀다하고, 타성, 나쁜 습관, 부질없는 권력에 대한 집착이 만들어진다.

 

깨끗해지고 싶어도 깨끗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절망이지만, 깨끗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귀찮음만 극복하면 얼마든지 깨끗해질 수 있다. 인간의 결핍을 극복하고 싶어도 극복할 방법이 없다면 절망이지만, 결핍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은혜이다. ‘귀찮음만 극복하면 얼마든지 결핍을 극복하고 구원 받을 수 있다.

 

존 웨슬리는 구원에 이르는 은혜의 방편(Means of Grace)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예배, 성만찬, 기도, 금식, 성경읽기, 성도와의 교제, 선행.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 없이 살 수 없다. 다시 말해,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가 없으면 우리의 결핍을 극복할 수 없다. 결핍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는 고통 가운데서 신음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살 수는 없다.

 

우리도 하나님의 완전에 이르는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때 우리 안에 만족이 있고, 행복이 있다. 그 길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이렇게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는 이유는 우리의 영혼을 설거지 하기 위함이다. 새해에는 더욱더 예배를 통하여, 성만찬을 통하여, 기도를 통하여, 금식을 통하여, 성경읽기를 통하여, 성도와의 교제를 통하여, 선행을 통하여 하나님의 은혜를 충만이 받고 하나님의 완전에 이르는 거룩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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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