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과 이야기2016. 1. 26. 13:35

잠 못 이루는 밤


예전엔 내일이 오는 게 좋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일이 오는 게 싫어졌다. 내일이 오는 게 너무 싫어서 일부러 밤에 잠을 안 잘 때가 많아졌다. 아마도 전도서의 이 말씀이 마음에 들어와 박히기 시작했을 때부터 인 것 같다.


"모든 것이 헛되니,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전도서 1:2-3). / “오호라 지혜자의 죽음이 우매자의 죽음과 일반이로다 그러므로 내가 사는 것을 미워하였노니 이는 해 아래에서 하는 일이 내게 괴로움이요 모두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기 때문이로다”(전도서 2:16-17).


오늘 뭔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희망찬 내일' 또는 '성공'이 오는 게 아니라, 그저 나의 인생은죽음'으로 치닫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내 심장을 짓누른다. 어차피 이제 곧 늙고 병들어 죽게 될 텐데 무엇이 나에게 유익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전도서의 이 말씀을 실존적으로 받아들여 그저 하루하루 즐겁고 기쁘게 살고 싶을 뿐이다.


"사람이 먹고 마시며 수고하는 것보다 그의 마음을 더 기쁘게 하는 것은 없나니 내가 이것도 본즉 하나님의 손에서 나오는 것이로다"(잠언 2:24). /  내 아들이 또 이것들로부터 경계를 받으라 많은 책들을 짓는 것은 끝이 없고 많이 공부하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하느니라”(잠언 12:12).


나는내일이 아직 오지 않은 '오늘'이 제일 좋다. 이제 한 번 가버리고 나면 내 인생에 또다시 오지 않을 오늘만큼 소중한 것이 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 그래서 나는 내 소중한 오늘을 함부로 빼앗는 사람이 제일 싫다. 내 소중한 시간을 빼앗을 권리가 있는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뿐이다. 그들은 나에게 기쁨을 주므로. 나에게 기쁨을 주지 않는 것에 내 소중한 시간을 빼앗기는 것만큼 허무하고 아까운 것도 없다.


그러나 어떻게 사람이 자기에게 기쁨을 주는 것에만 나의 시간을 내어줄 수 있으랴. 그것은 허무를 넘어선 악인들의 세상이 아니겠는가. 너무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는 것은 쾌락에 빠질 위험성이 있으므로 그것이 선한 일인지 아닌지 또한 살피는 것도 중요한 듯싶다. “사람들이 사는 동안에 기뻐하며 선을 행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는 줄을 알았고…”(전도서 3:12). , 그래서 나는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기'로 마음 먹었다.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한다면, 그들을 위해서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사랑하는 모든 것은 나의 기쁨이 되므로.


이제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려 한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으려 한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유롭게 살고 싶을 뿐이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나의 시간을 내어주며 기쁨을 얻고 싶을 뿐이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그래서 그는 자신의 묘지에 이런 문구를 새겨 넣었을까? "나는 아무 것도 바라는 게 없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자유다."


잠이 안 온다. 비가 와서. 기차가 지나가서. 그리고 하루가 지나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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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