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6. 12. 11. 12:58

토요일 오후

 

아픈 귀,

만지면 고장 날 것 같다

차마 손바닥을 갖다 대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눈은 손가락에 갇힌다

구름이 지나며

비웃음을 뿌린다

이 세상에 괜히 왔다

누구든지,

나무에 오르면

떨어지는 관성을 잊는다

바람이 콧등을 살짝 건드린다

분노는 심장을 뚫고

머리카락의 최전방까지 돌진한다

나뭇잎이 한가롭게 떨어진다

말 걸기도 힘든 노인네가

젓가락처럼 서 있다

세발 자전거를 탄 아이가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눈과 눈이 마주치는 곳에서

기억이 탄생한다

노을이 새털구름에 스민다

손바닥에서 자꾸 아픈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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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