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6. 12. 12. 18:20

시간

 

토끼가 굴에서 나왔다

독수리가 하늘을 유유히 난다

땅거미 질 무렵

길게 늘어진 거미줄에

잠자리 한 마리가 걸터앉는다

붕어가 잠수를 한다

스스로 꼬리를 잘라낸 도마뱀이

칼 춤을 춘다

올빼미가 철봉에 거꾸로 매달린다

별똥별이 지그재그로 하강한다

나무가 물구나무서기를 한다

집게벌레가 하품을 한다

모래바람이 분다

시계가 서쪽으로 기운다

창문에 노란색 손수건을 단다

거북이가 총총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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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